[이한우의 간신열전] [187] 환한
환한(渙汗)이란 임금의 명령을 달리 부르는 말로 조선 시대에도 자주 사용되었다. 환(渙)이란 흩어지다(離散)는 뜻으로 ‘주역’ 64괘 중 하나인 환괘(渙卦)에서 나온 말이다. 한(汗)이란 땀인데, 환괘의 밑에서 다섯 번째 양효(陽爻)에 대한 주공(周公) 풀이에 나오는 말이다. “흩어지는 때에 큰 호령을 몸에 땀이 나듯이 내려야 한다(汗其大號).”
옛사람들은 민심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을 맞게 되면 환괘(渙卦)를 깊이 음미하며 해법을 모색했다. 밑에서 다섯 번째란 임금에 해당하는 자리이니 주공 풀이도 임금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하겠다. 흥미로운 것은 이때 흩어짐이란 민심이 흩어짐임과 동시에 어려움이 풀어져 흩어진다는 뜻도 있다. 즉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는 설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 주공 풀이다.
그런데 “큰 호령을 몸에 땀이 나듯이 내려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땀이 몸에서 일단 나오면 땀구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다. 리더의 말은 한 번 입에서 나오면 주워담을 수 없으니 그만큼 진중하며 무겁게 명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말 그대로 내우외환이 겹쳐 지켜보기에도 민망한 수준, 환괘(渙卦) 상황이다. 구경꾼 입장에서 관심이 가는 것은 단 하나, 과연 민주당은 저 상황, 즉 모든 것이 뿔뿔이 흩어지려는 지금의 상황을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모든 것은 수장 이재명 대표에게 달려 있다. 그런데 원래부터 말을 가볍게 내뱉은 유형의 정치인인 이 대표가 큰 호령을 몸에 땀이 나듯이 내려가며 위기를 풀어내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마음을 모을 수 있을까? 혁신위원장 인선에 임하는 자세나 전 천안함 함장에게 데면데면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 환한(渙汗)의 엄정한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옛사람들은 이 정도 되면 이미 ‘아 저 사람으로는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없겠구나’라고 미리 알아차렸다. 우리라고 못 알아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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