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앓은 韓 첫 여성 서양화가… 수전증에 시달리면서도 붓 놓지 않았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3. 6.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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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 의학] [64] 나혜석
1933년경 나혜석의 모습. 이혼 후 여자미술학사를 개설하고, 다양한 작품 제작에 몰두하던 시기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소장

나혜석(1897~1948년)은 20세기 초반을 산 여성으로서 최초를 최다 가지고 있다. 화가, 작가, 시인, 조각가, 언론인 등에서 여성 최초 수식어를 붙는다. 그는 일본 도쿄 여자미술학교 유화과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뒤 1918년 귀국했다. 21살 때였다. 당시 나혜석이 제작한 판화에서 주인공 여성은 파마 머리에 롱코트를 걸치고 바이올린을 들고 길을 걷는다. 여성 주변에는 두루마기를 걸친 두 노인이 대놓고 여성을 손가락질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3·1 만세운동에 참여하여 5개월 옥고를 치렀다. 이혼남과 결혼하면서 결혼식 청첩을 신문에 광고하기도 했다.

나혜석은 오십을 넘어서자 파킨슨병을 앓았다. 병이 악화되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자 오빠는 그를 요양원으로 보냈는데, 나혜석은 그곳을 탈출했다가 되돌아오길 반복했다. 수전증에 시달렸음에도 그림과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50대 초반에 생을 마쳤다.

고령사회를 맞아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은 환자가 늘면서, 우리나라 10만명,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 정도 환자가 있다. 주로 60~65세에 발병한다. 김희태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나혜석 이후 70여 년 흐른 지금도 발병 원인을 정확히 모른다”며 “병리학적으로는 뇌 신경물질인 도파민을 만드는 중뇌 흑질이 파괴되면서 파킨슨 증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김희태 교수는 “뇌 MRI를 찍으면 이상 소견이 나와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형적인 파킨슨병은 뇌 사진상 특이 소견이 없다” 치료가 잘 되기 위해서는 발병 초기에 신경학 전문 의사 진료를 통해 진단을 정확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떨림이나 강직을 보이고, 운동을 반복할수록 힘이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보폭이 줄어들거나 신발 한쪽이 닳거나, 어깨·팔 등이 묵직하고 불편한 증상 등이 나타나면 신속히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를 미리 산 나혜석, 시대를 앞서 사느라 질병도 앞서 앓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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