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교부금’ 바로잡을 근본대책 만들 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편법으로 지출하거나 낭비한 교육재정교부금이 300억 원에 육박했다.
국무조정실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다.
일부 교육청은 수학여행용으로 200억 원 대 제주 호텔 매입을 추진하다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는 일도 있었다.
학교는 없어지는데 교육청 공무원 수는 증가하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편법으로 지출하거나 낭비한 교육재정교부금이 300억 원에 육박했다. 국무조정실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다. 총 97건에 282억 원이나 된다. 노후 학교 건물을 최첨단 시설로 바꾸는데 써야 할 돈을 교직원 뮤지컬 관람비나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연수비로 사용하는가 하면, 내구연수가 아직 차지 않은 책걸상 등을 교체하느라 수억 원을 허비하는 식이다. 공사 수요를 과다 계상해 비용을 부풀리거나 허위 정산을 한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굳이 국무조정실 조사가 아니어도 교부금을 흥청망청 사용하는 정황은 도처에 산재한다. 모 교육청의 경우 공사가 불가능한 한겨울에 300억 원 이상 드는 전 학교 외벽 도색 사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지자체 출산축하금이 있는데도 교직원에게 따로 수백만 원씩 지출했다. 일부 교육청은 수학여행용으로 200억 원 대 제주 호텔 매입을 추진하다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정부와 지자체 지급분 외에 전국 대부분 교육청이 재난지원금을 별도 지급했다. 개인 테블릿 PC 또는 노트북을 사주는 건 보통이고, 1인당 수십만 원 상당의 입학지원금 또는 졸업앨범비 지원도 유행처럼 번진다. 학교는 없어지는데 교육청 공무원 수는 증가하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1970년대 만들어진 교육교부금 제도가 50년 이상 유지되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국가 예산 규모가 커지면 내국세 20.79%로 고정된 교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다. 올해도 640조 원대인 본예산에 추경까지 합하면 교부금은 현재 책정된 70조 원 대에서 더 불어난다. 최근 10년 간 증가액만 30조 원 이상이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산은 별도다. 문제는 교육 수요가 날이 갈수록 급감한다는 데 있다. 초중고등학교 학령인구는 한해 10만 명 이상씩 뚝뚝 떨어진다. 미처 사용 못한 예산 잉여금은 한해 5조~7조 원대에 이른다.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인데다, 올해는 부동산 경기 하락과 감세 등 영향으로 세수가 대폭 줄어 정작 써야 할 곳에 돈을 못 쓰는데 다른 한쪽에선 이렇게 넘쳐난다.
학생 수가 준다고 교육재정을 무조건 깎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나 AI 시대에 맞춰 교육방식이 변하고 새로운 예산 수요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다. 어떤 상황 변화가 온다 해도 지금 같은 재정 분배 방식에 수긍할 국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교부금 산정기준을 국세 세수가 아니라 학령인구 비율 등으로 변경해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예산 칸막이를 없애 한쪽에서 남아도는 돈을 다른 쪽에 전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시·도교육감과 교육단체의 조정 반대는 기득권 지키기로밖에 안 비친다. 제자들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백년대계를 위해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