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을 바라보며

김현주 기자 2023. 6.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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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와 경상남도는 ‘행정통합’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 것일까. 최근 시와 도의 행정통합 추진을 위한 여론 수렴 과정을 보면 이를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일단 하겠다고 했으니 해보긴 하지만, 여론의 등에 떠밀려 마지못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은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 대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또 박 지사는 부산시와 경상남도의 행정통합을 제안했고, 박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두 시·도는 행정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초광역 협력 모델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부울경 메가시티 좌초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자 ‘경제동맹’과 ‘행정통합’이란 새로운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시와 도는 지난 2월 행정통합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어떻게 추진할지 협의했다. 그리고 지역민의 여론을 파악하는 절차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3차례 토론회와 2차례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1, 2차 토론회에서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노출되자 도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난 4월 경남도가 주최한 1차 토론회에서는 두 시·도의 행정통합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의견이 다수였던 반면,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2차 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행정통합의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첨예하게 다른 입장이 나오자 행정통합을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됐고, 박 지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론 수렴 일정을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더니 결국 경남 진주시에서 열 예정이던 3차 토론회를 연기했다. 합의했던 사안을 갑자기 취소한 데 대해 시 역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두 시·도의 행정통합 추진도 부울경 메가시티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부정적인 여론이 쏟아졌다. 이후 두 시·도가 애초 계획했던 여론조사까지는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지난달 말 1차 여론조사가 진행됐고, 이달 2차 여론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양쪽 시·도민 2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진행하나,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일단 조사 결과를 보고 추후 어떻게 할지 논의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인데, 행정통합을 바라보는 두 시·도의 판이한 시각이 노출된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만 가지고 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두 시·도가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시도다. 하지만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화제성도 떨어지고 실현 가능성도 작아 보이는 이유는 이것이 정치적인 사안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극주의에 맞설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축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부울경 메가시티는 생존의 기로에 선 지방을 살리자는 절박함과 공감대가 그 시작점이었다. 정치와 지역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진짜 지방이 살길을 모색하자는 부분에서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고 그만큼 기대도 컸다.

반면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과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자치단체장이 선출되면서 부울경 메가시티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정치적인 선택이었다. 일단 초광역 협력의 끈을 잇기 위해 뭐라도 만들어야 했기에, 정치적인 이해관계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렇기에 두 시·도의 행정통합 역시 진심으로 고민하기보다 일단 하는 시늉이라도 해보고 안 되면 말자는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시·도의 행정통합은 전 세계적으로도 모델을 찾기 어려운, 쉽지 않은 일이다. 양쪽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도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데, 둘 다 여론의 눈치만 보며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는 분위기다. 이렇게 추진하는 행정통합이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오히려 두 지역의 갈등만 조장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버리고 두 지역이 어떻게 협력하는 것이 나을지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김현주 메가시티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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