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상심 여행
여행에선 강도를 만나기도 해. “지갑 어딨어? 순순히 내놔라.” 강도가 칼을 들고 위협해. “목숨을 드릴 테니 지갑만은 제발….” 당황하면 말이 헛나가. 강도가 어이없어 웃다가 사람들이 몰려오니 도망을 쳐. 걸음아 나 살려라~
꿈이 깨졌다거나 회사에서 난관에 부닥쳤을 때, 또 실연을 당해 ‘난감하네~’가 된 사람은 혼자서 멀리 용궁 여행을 계획한다. 그걸 어렵게 말하면 ‘상심 여행(Sentimental Journey)’이라고 해. 여행 도중에 상심을 치유하고, 또 새롭고 훌륭한 친구를 사귈지도 모르지.
“아이디어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노트북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작가 존 클리즈의 말은 옳아. 나도 이런저런 여행과 경험담으로 글을 쓰는 거지 무슨 계시를 받는다든가 영감을 받는다는 건 없어.
“잘난 사람 근처에 머물러야 떡고물이 생긴다. 친구를 사귀고 적들은 무시하라. 지난 세월을 쓰레기통에 넣지 마라(다 쓸모 있는 경험). 누구에게나 호감형이 돼라. 집을 떠나라(거리감과 낯선 환경은 창조의 묘약이다. 나갔다가 돌아오면 집이야 늘 그대로지만 당신은 달라졌다). 감금상태를 즐겨라.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기를 습관화하라. 질리도록 꾸준히 하라.” 예술가들의 선생을 자처하는 오스틴 클레온은 당신이 이번 여행에서 아이디어를 되찾아오길 빌어준다.
상처에 새살이 돋을 즈음 상심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길. 가족과 친구들, 새로운 인연들이 반길 것이다. 질리도록 걷고, 다디단 알사탕을 빨고 야생고양이처럼 어슬렁거려 보렴. 골목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거리의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눈물 흘리길. 아, 날개가 돋는 느낌은 모르겠고 어딘가 새살이 돋는 것 같은 느낌. 머잖아 다시 환한 미소를 머금게 되길….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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