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억측 제발 멈춰주세요

경기일보 2023. 6.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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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잔혹한 범죄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집중보도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 사건을 더럭 은둔형 외톨이와 연관시키는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은둔형 외톨이란 외부와 단절된 생활상태를 지칭하는 말이지, 특정 정신질환이나 그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료가 아닌 지원의 대상으로서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은둔형 외톨이와 정신질환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은둔 성향이 나타날 수는 있으나, 그럴 경우에는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하지 않는다.

고립은둔청년 문제가 처음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던 시절, 은둔형 외톨이의 개념이 정신질환이나 게임중독 등과 뒤섞이면서 편견을 조장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2017년, 전국 최초로 발의된 ‘서울특별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결국 제정되지 못했다. 이후 청(소)년, 사회복지, 정신의학, 심리상담 분야의 여러 활동가들은 사회적 고립과 은둔의 문제가 취약한 구성원을 사회 밖으로 내모는 경쟁사회에서는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임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에 2019년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전남, 인천 등지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가 제정됐고,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서서히 개선돼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은둔청년을 한때 ‘저활력 청년’이라고 부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은둔형 외톨이는 공격적이기는커녕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할 만한 활력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에서는 ‘인천시 고립청년 지원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은둔경험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문회의 자체보다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만한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모임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보이는 범인을 ‘은둔형 외톨이’로 지칭한 보도가 쏟아지자 은둔청년 지원을 위해 헌신해온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대표가 다급하게 연락을 주셨다.

“은둔청년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지원체계를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허사가 될까 걱정이에요.”

나는 위로했다.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한 제도적 기반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답니다.” 내 위로가 그대로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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