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 효과, 양동이의 물 한방울 수준... 사망률 크게 못낮춰”
코로나 시기 영국에서 강력한 거리 두기 조치를 했지만 코로나 사망률을 크게 낮추지 못했고, 과도한 봉쇄에 따른 정책 실패가 있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시 거리 두기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한 만큼 봉쇄 효과에 대해 ‘양동이의 물 한 방울 수준(a drop in the bucket)’이란 표현을 썼다. 지난 3년간 방역 정책의 공과(功過)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 존스홉킨스대와 스웨덴 룬드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유럽 내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의 영향을 조사한 연구 1만9646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0~2021년 전 국민의 자택 격리, 필수 업종 이외 영업 금지, 학교·직장 폐쇄 등 봉쇄 정책을 시행한 것이 연구 대상이다. 연구진은 2020년 봄 강력한 봉쇄 조치를 했던 잉글랜드·웨일스 지역과 자율 방역을 했던 스웨덴을 비교할 때 1700여 명의 사망자가 줄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1700여 명의 목숨은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국경 폐쇄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당시 영국의 가혹한 봉쇄 조치는 코로나 사망률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다”며 “(치러야 했던) 대가에 비해 (봉쇄 효과는) ‘양동이의 물 한 방울 수준’ 정도”라고 말했다. 당시 과도한 봉쇄로 아동 교육과 경제 성장 전반이 악영향을 받았으며 공공 부채가 막대한 규모로 부풀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인 룬드대 라스 조눙 박사는 “현대사회에서 봉쇄 정책 대부분은 실수가 된다”고 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2020년 3월 런던 임피리얼 칼리지의 닐 퍼거슨 교수 연구팀 예측을 바탕으로 엄격한 봉쇄 정책을 시행했다. 당시 퍼거슨 교수는 “강력한 거리 두기를 하지 않으면 영국에서 약 51만명이 코로나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기준 영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22만7000여 명이다.
국내에서도 과도한 거리 두기에 대해 비판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코로나의 경제 충격은 바이러스 감염 자체보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봉쇄 조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경제적 충격 등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은 채 급박하게 봉쇄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한국정책학회보의 ‘코로나 봉쇄 정책 분석’에 따르면 집합 제한과 자가 격리, 국제 여행 제한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으로 통제가 강화되면 오히려 코로나 감염재생산지수(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 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가 나온 상점과 건물을 폐쇄한 조치 등은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학교, 도서관, 종교 시설, 야외 시설 등 위생 수칙을 지키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전면 폐쇄했다”며 “이런 조치들은 심리적, 사회적 비용을 매우 크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거리 두기 효과를 지지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특히 백신 개발 이전에는 거리 두기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의사협회지에 실린 일본의 2020년 코로나 관련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초기엔 야간 업소를 통한 대규모 감염이 나타났다. 야간 식당·술집 등을 통한 대중 전파력은 가정 전파력에 비해 33배, 병원과 비교해서도 1.7배 높았다. 연구진은 “다시 팬데믹이 시작된다면 야간 업소에 대한 출입 금지가 첫째로 할 일”이라고 했다. 스웨덴도 확산 초기 자율 방역을 했다가 확진자가 급증하자 봉쇄로 돌아선 바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지지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도 많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려면 코로나 확산 사태 때 사회적 선택이 어떤 효과와 비용이 있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런던=안영 특파원, 최원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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