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트렌드 인사이트] 엔데믹 시대의 여행

입력 2023. 6. 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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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다. 지난 3년간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가 제법 더워진 날씨를 만나 폭발하고 있다. 공항에는 사람이 붐비고 고속도로는 목요일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연휴가 겹치는 주말에는 숙소 예약하기가 만만치 않다. 마치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국내선과 국제선을 이용한 전체 여행객 수는 약 982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의 62.1%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다. 여행 수요는 코로나 이전과 비슷해졌지만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달라지고 있다. 특히 새로운 소비층인 20대가 여행을 즐기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패키지 상품에 눈돌린 2030세대

우선 패키지 여행의 타깃과 콘셉트가 달라졌다. 과거 패키지 여행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방역부터 치안까지 안전 의식이 높아진 데다 국가마다 각기 다른 여행 관련 규제 때문에 개인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워지자 젊은 층도 패키지 여행에 관심이 높아졌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2022년 4~10월 판매된 패키지 여행 전체 예약자 중 2030세대 비율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다른 여행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두투어는 2019년 7월까지 21%였던 2030세대의 패키지 예약 비중이 지난해 35%로 늘었는데 이 중 20대는 201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차별화된 콘셉트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패키지 여행이 쇼핑·관광 위주의 저가 상품이었다면, 최근 여행업계에서는 이색적인 테마를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 집사’들을 위해 일본 후쿠오카 ‘고양이 섬’ 내 유기묘 보호소를 운영하는 호스텔에서 묵는 패키지를 내놓거나 여행작가가 함께하는 몽골 여행을 기획하는 식이다.

‘따로 또 같이’ 여행도 증가하고 있다. 혼자 여행을 즐기다가 원할 때만 동행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혼자 몽골 여행을 하면서 사막 투어를 하고 싶을 때 반나절 코스만 함께할 동행인을 찾는 식이다. 방법은 여행카페, 오픈채팅방, SNS 등 다양하다. 트립버디, 트립소다 등 일정이나 여행 취향에 따라 동행을 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TV 예능부터 유튜브까지 여행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흔해졌다. 색다른 장소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파리보다 파리 근교 여행, 마드리드보다 스페인 소도시 여행이 뜨는 이유다.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 전문 플랫폼 트리플에 따르면 2022년 6월 전국 숙소 예약 건수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41%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유명 여행지가 많은 강원과 제주를 제외하고 영호남과 충청의 시·군 지역(광역시 제외) 숙소 예약이 408% 증가했다는 점이다. 비교적 덜 알려진 국내 여행지를 찾는 트렌드가 엿보인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도 중요해졌다. ‘경험’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 현지 셰프와 함께 시장에서 재료를 직접 구입해 태국 음식을 요리하고, 미국 뉴욕에서는 현지 숍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MZ세대가 많이 찾는 여행 앱에서는 여행지의 콘텐츠를 강조한다. 마이리얼트립이 대표적이다. 제주 바다에서 주워온 쓰레기와 조개껍데기를 활용해 소품을 제작해보는 프로그램,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우쿨렐레를 배워보는 클래스 등이 인기다. 한 지역에서 3박 이상 머물며 현지인과 함께 지역 특색을 체험해보는 ‘생활관광’도 인기가 많다.

 여행지서 무엇을 할까 '경험' 중시

지난달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해제했다. 우리 정부도 6월부터 코로나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췄다.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4개월 만이다. 길고 길었던 팬데믹이 이제야 끝났다. 앞으로 여행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견뎠을 여행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기를 응원한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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