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 0.1% ‘사라’ 일색인 증권사 리포트… 이 정도면 사기 [횡설수설/김재영]
김재영 논설위원 2023. 6. 7. 23:4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위대한 기업이지만 현재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4월 이차전지 관련주에 대해 한 증권사가 내놓은 리포트에 주식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리포트가 나온 직후 이틀 동안 해당 기업의 주가는 20% 넘게 빠졌다.
한 바이오기업은 지난해 말 '좋다. 주목해야 한다'는 리포트가 나온 지 3개월 만인 올해 3월에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기업은 분석 대상이자 기업금융의 고객이기도 하니 부정적 언급은 가급적 피한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기업이지만 현재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4월 이차전지 관련주에 대해 한 증권사가 내놓은 리포트에 주식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리포트가 나온 직후 이틀 동안 해당 기업의 주가는 20% 넘게 빠졌다. 개인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것 아니냐”며 거센 항의를 쏟아냈다. 일부에선 해당 애널리스트를 ‘용자(勇者)’라고 불렀다. 화제가 된 이유는 명확했다.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찾는 게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10대 증권사가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가운데 ‘매수’ 의견은 88.6%에 달했다. ‘중립(보유)’이 10.3%였고,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다. 10곳 중 9곳은 매도 리포트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매도 의견 비중이 높은 노무라금융투자(18.1%), 모건스탠리(17.9%) 등 외국계 증권사와 대조적이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매수 편향은 고질적이다. 주가가 오르면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주가가 빠지면 “낙폭이 과하다”며 무조건 사라고 한다.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된 8개 종목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작전이 진행되던 3년 동안 매수 의견을 내거나, 분석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한 증권사는 삼천리를 ‘중장기 투자 유망 종목’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과열을 우려하는 리포트는 소수에 그쳤다. 증권사가 적극 매수를 추천했던 종목들이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한 바이오기업은 지난해 말 ‘좋다. 주목해야 한다’는 리포트가 나온 지 3개월 만인 올해 3월에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증권사 리포트가 무조건 ‘사라’고 외치는 것은 수익구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사서 거래가 늘어야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기업은 분석 대상이자 기업금융의 고객이기도 하니 부정적 언급은 가급적 피한다. 독자적으로 분석하기보다 기업들이 주는 자료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작은 기업들은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다. ‘길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보다 못한 보고서’라는 자조가 업계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 리포트의 숨은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립이나 목표 주가 하향은 사실상 팔라는 신호다. ‘이제 날개를 달았다’는 말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아예 ‘보고서가 나오면 매도 타이밍’이란 인식까지 있다. ‘닥치고 매수’ 리포트는 전문가들이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기업을 분석했을 것이란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사기나 다름없다. 증권사가 공신력 있는 투자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하니 거짓 정보와 작전이 판치기 쉬운 토양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10대 증권사가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가운데 ‘매수’ 의견은 88.6%에 달했다. ‘중립(보유)’이 10.3%였고,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다. 10곳 중 9곳은 매도 리포트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매도 의견 비중이 높은 노무라금융투자(18.1%), 모건스탠리(17.9%) 등 외국계 증권사와 대조적이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매수 편향은 고질적이다. 주가가 오르면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주가가 빠지면 “낙폭이 과하다”며 무조건 사라고 한다.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된 8개 종목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작전이 진행되던 3년 동안 매수 의견을 내거나, 분석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한 증권사는 삼천리를 ‘중장기 투자 유망 종목’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과열을 우려하는 리포트는 소수에 그쳤다. 증권사가 적극 매수를 추천했던 종목들이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한 바이오기업은 지난해 말 ‘좋다. 주목해야 한다’는 리포트가 나온 지 3개월 만인 올해 3월에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증권사 리포트가 무조건 ‘사라’고 외치는 것은 수익구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사서 거래가 늘어야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기업은 분석 대상이자 기업금융의 고객이기도 하니 부정적 언급은 가급적 피한다. 독자적으로 분석하기보다 기업들이 주는 자료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작은 기업들은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다. ‘길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보다 못한 보고서’라는 자조가 업계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 리포트의 숨은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립이나 목표 주가 하향은 사실상 팔라는 신호다. ‘이제 날개를 달았다’는 말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아예 ‘보고서가 나오면 매도 타이밍’이란 인식까지 있다. ‘닥치고 매수’ 리포트는 전문가들이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기업을 분석했을 것이란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사기나 다름없다. 증권사가 공신력 있는 투자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하니 거짓 정보와 작전이 판치기 쉬운 토양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尹정부 새 안보전략서, 文의 ‘종전선언-평화협정’ 뺐다
- 이재명, ‘이래경 사태’에 “무한 책임”… 비명 “결단해야 할 시점”
- 한국노총, 경사노위 전면 중단… 7년5개월만에 불참 선언
- 민주당, KBS 분리징수 항의…대통령실, 봉투 열어보니 ‘백지’
- 與 “野김병주, 안건 무단 상정하고 거짓말… 소위 위원장 사퇴해야”
-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보복 예고에…법무부 “강력한 조치”
- 송파구 신축 빌라서 ‘건물주-리모델링 현장소장 추정’ 시신 발견
- 보석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내일부터 출근
- 尹 “韓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글로벌 외교의 승리”
- 방치된 취객 또 사망…경찰 “자택 데려다주고 올라가는 것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