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성큼 다가온 탄소중립 시대

정재영 2023. 6. 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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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선언적 의미로 여겼던 단어들이 기업 보도자료 등에 흔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 제품을 쓰는 기업은 그만큼 탄소배출량 저감을 인정받게 되는데, LG전자의 건조기나 삼성전자 오븐에 해당 제품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은 33곳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가입에 나선 이유는 환경 때문이었지만, 국내 기업에는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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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탄소 에너지’ 무게… 효율적 대응 절실

탄소중립,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사용).

한때 선언적 의미로 여겼던 단어들이 기업 보도자료 등에 흔하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가 생산 공정상의 탄소감축량이 배분된 철강제품을 국내에서는 처음 내놨다. 이 제품을 쓰는 기업은 그만큼 탄소배출량 저감을 인정받게 되는데, LG전자의 건조기나 삼성전자 오븐에 해당 제품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새 가전을 내놓으면서 어떤 홍보 요소가 될까.
정재영 산업부 차장
국내 가전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는 RE100에 가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LG전자는 최근 RE100 기업에 들어갔다. RE100은 다국적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2014년 미국 뉴욕 기후주간 행사에서 출범했다. 참여 기업이 RE100 달성 공약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운영 형태인데, 올해 10년째다. 7일 현재 세계 410개 기업이 RE100 달성 공약을 내놨다. 국내 기업은 33곳이다.

2020년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SK그룹사 6곳이 처음으로 RE100에 들어간 뒤,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아모레퍼시픽 등 8개사, 2022년 현대차·기아·KT·삼성전자·네이버 등 13곳이 대거 가입했고, 올해 카카오와 LG전자 등 6개사가 RE100에 이름을 올렸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스타벅스,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출범 이듬해에 바로 가입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RE100 가입 4년 차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가입에 나선 이유는 환경 때문이었지만, 국내 기업에는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 국내 300개 제조기업 중 14.7%가 애플이나 BMW 등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은 고객사인 테슬라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주요 해외 배터리 공장을 순차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장으로 전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33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한 배경은 물론, 아직 가입하지 않은 기업의 고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부도 탄소중립 시대 대응에 분주하다. 문재인정부는 2021년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도입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민간 주도지만, 재생에너지 환경 및 인프라가 열악해 정부 주도로 기업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탈원전 정책을 폐지한 윤석열정부에서는 CF100에 더 무게가 실렸다. RE100은 태양광·풍력·지열·수력 등을 에너지원으로 인정하지만, CF100은 여기에 원전과 수소 등이 추가된다.

정부는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무탄소에너지(CFE) 포럼’을 출범하고,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SK하이닉스·포스코 등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RE100을 부정하는 것이냐’는 지적에 정부는 “CFE는 RE100을 보완해 병행 추진하면서 기업의 RE100 이행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등 사례를 들고 “국제적으로도 이미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에 대한 포괄적 접근 논의가 시작됐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전경련 조사에서 CF100에 참여하겠다는 기업은 17.6%뿐이었다. 2021년 시작된 CF100이 생소하고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전 정책이 변경됐다고 탄소중립 대응에 대한 국제적 흐름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다. 탄소중립 시대 대비를 미룰 수는 없다. 다만 정부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효율적 대응이 절실하다.

정재영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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