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애플 첨단 헤드셋 판매 목표 확 낮췄다…확신은 없었던 팀쿡
올해 AR·VR 판매 18% 감소 전망
애플 15만대 모두 팔더라도
전체 745만대서 고작 2% 비중
“비싸고 콘텐츠 부족 문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연례개발자대회인 WWDC에서 MR 헤드셋에 대해 “맥(Mac)이 개인 컴퓨팅 시대를 열었고,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면, 비전프로는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IT·컴퓨터 산업을 바꿀 비장의 무기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애플 내부에서는 새로운 헤드셋에 대한 염려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앞서 “애플 경영진이 MR 헤드셋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개발 과정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015년 헤드셋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쿡 CEO는 온종일 쓰고 다녀도 피로감이 전혀 없는 안경 스타일의 증강현실(AR) 글래스를 희망했다. 쿡 CEO가 전일 무대에 올라 “AR 플랫폼을 소개하겠다”라고 한 것 역시 이러한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 가격 문제, 촉박한 출시 일정으로 결국 안경 스타일 대신 고글 같은 가상현실(VR) 헤드셋 스타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쿡 CEO는 물론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 역시 개발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애초 애플은 2020년 출시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연간 판매 목표를 300만대로 잡았다. 이후 신제품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90만대 선까지 목표 물량을 줄였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하지만 이를 다시 30만대로 줄였고 발표 직전에는 15만대까지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웸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새 헤드셋은 회사의 서비스 부문에 상당한 상승 여력을 줄 수 있다”면서 “애플 목표 주가를 8% 높인 190달러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젠블랫의 바톤 크로켓 애널리스트는 “아무도 MR 헤드셋이 애플에 단기적으로 의미있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투자자들을 흥분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마켓워치는 3499달러에 달하는 가격과 사용처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DA데이비슨의 톰 포르테 애널리스트는 “헤드셋이 너무 비싸고 소비자를 끌어들일 콘텐츠마저 부족하다”면서 목표주가를 193달러에서 185달러로 낮추고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6일 애플 주가는 새 하드웨어 발표에도 전일 보다 0.21% 하락한 179.21달러에 그치면서 힘을 받지 못했다.
애플의 MR 헤드셋은 AR·VR 헤드셋 시장을 되살릴 제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줄고, 경기 둔화 염려감마저 커지면서 전자 제품 수요가 감소했다. 이에 AR·VR 헤드셋 시장이 악영향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올해 글로벌 AR·VR 헤드셋 출하량을 전년 보다 18.2% 줄어든 745만대로 잡은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고가 헤드셋의 판매량이 저조한데 소비자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올해는 제조업체들은 가격은 낮고 품질은 비교적 높은 제품을 만드는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이 목표량을 낮추면서 AR·VR 시장을 되살리는데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콘텐츠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CNBC는 “비전프로가 성공하려면 내년 출시 전에 수많은 앱들을 확보해야한다”면서 “최소한 2D 플랫폼인 태블릿 스마트폰 노트북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를 비전프로에서는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이 전일 디즈니와 손잡고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를 비전프로에서 보다 더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가상의 대형 화면만으로 영화를 보고자 헤드셋을 구매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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