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 가득한 홍수, 곡창지대 위협…“체르노빌 이후 최악의 환경 재앙”
국제 곡물 공급 차질에 또 악재 더해져…거래소 가격 출렁
드니프로강·흑해 생태계 악영향…유실 지뢰 사고 우려도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댐 붕괴의 여파는 향후 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십년에 걸쳐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곡창지대가 잠길 우려에 곡물 가격이 상승했으며, 인근 생태계도 가늠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물에 떠내려간 지뢰 역시 골칫거리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이번 사태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최악의 환경 재앙”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밀이 2.4% 오른 부셸당 6.39달러에 거래됐다. 옥수수 역시 1% 올라 부셸당 6.04달러에, 귀리는 0.73% 오른 부셸당 3.46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곡물 가격 상승은 카호우카댐이 붕괴되며 하류의 농지가 물에 잠긴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우크라이나산 밀, 보리, 옥수수, 해바라기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 공급 차질, 이를 타개하고자 추진된 흑해 곡물 협정의 불안정성에 더해 댐 붕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흑해농산물연구센터 ‘소브이콘’의 안드레이 시조프 전무이사는 댐 붕괴가 “재앙적인 결과와 막대한 리스크로 확산되리라 본다”며 “(이날 가격 상승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댐 하류 일대가 오염물질로 뒤덮여 장기간 환경 파괴를 야기하리라는 경고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측은 댐의 수력발전소 내부에 저장돼 있던 석유 150t 이상이 수로를 따라 누출됐다고 밝혔다. 이 물이 흑해로 흘러 들어가면서 드니프로강과 흑해의 생태계를 뒤흔들어, 보호종을 비롯한 동식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에코액션’의 안나 애커만 이사는 “산업지대를 휩쓸고 간 이 홍수 안에 다양한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카호우카호의 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댐 상류의 자포리자 원전 역시 영향을 받으리란 우려가 나왔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대체 수조에 접근할 수 있어 원자로가 녹아내릴 위험(멜트다운)은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홍수로 떠내려간 지뢰도 문제다. 카호우카댐 주변은 지난 1년 넘게 전쟁의 최전선이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각 드니프로강 양안을 따라 매설한 지뢰 수만개가 이번에 댐이 터지며 유실됐다. 이 지뢰들은 민간인 거주지, 농지 등 곳곳으로 떠내려간 것으로 보여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인명 사고를 낳을 수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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