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빈살만 만나 ‘인권 문제’ 논의…미·사우디 ‘흔들린 우정’ 회복 신호탄?
카슈끄지 논란은 현재진행형
완전한 정상화는 시간 걸릴 듯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 청정에너지 개발,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간 가운데 사우디가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까지 거론됐다.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과 함께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한계론도 제기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두 사람의 회동 이후 “양측은 예멘의 평화와 번영, 안보 달성을 위한 정치적 합의를 포함해 중동과 그 밖의 지역에서의 안정을 진전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밤늦게 사우디에 도착해 1시간40분가량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애초 외신들은 블링컨 장관의 사우디 방문 목적을 국제유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회복, 사우디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영향력 차단,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등 크게 3가지로 꼽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양국 관계 경색을 불러왔던 인권 문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렸다. 미국은 앞서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된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와 거리를 둬왔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사우디는 미국의 반대에도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원유 감산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공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지난 3월엔 중국 중재로 앙숙인 이란과의 외교 정상화까지 성사시켰다. 더 나아가 시리아 내전 주범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아랍연맹(AL)에 다시 불러들이며 미국을 자극했다.
사우디의 변심에 미국은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했다. 이번에 블링컨 장관까지 사우디를 방문해 사우디가 꺼리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자 외신들은 그만큼 양국 관계가 나아졌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다만 완전한 정상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카슈끄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이 원하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도 요원하다. 여기에 반미 최전선에 서 있는 이란과 사우디의 외교 정상화도 미국으로선 부담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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