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찾아 애타는 중소기업…행정기관은 제출 소극적

배지현 2023. 6. 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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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 오늘(7일)도 보도 이어갑니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빼앗겼다고 신고한 사례가 5년간 280건입니다.

절반 가까이는 도용 사실을 반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이런 분쟁을 막기 위해, 피해 접수부터 문제 해결까지 정부가 합동으로 적극 대응하고, 손해배상 금액도 크게 늘리는 방안이 내일(8일) 발표됩니다.

그런데 정부가 기술 탈취를 당한 게 맞다고 인정했는데도 정작 민사 소송에서 패소하는 피해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이유가 뭔지, 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구의 이 중소기업은 7년간 40억 원 넘게 투자해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원청인 한화가 자신들의 기술로 비슷한 장비를 만들었단 걸 알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정형찬/기술 탈취 피해기업 대표 : "국내 대기업이 진짜 말로만 들었는데 실질적으로 이런 상황이 나한테도 생기는구나. 그것도 나는 진짜 한화의 신용과 의리를 믿었는데."]

3년 간의 행정조사 끝에 공정위는 한화의 기술 탈취를 인정했습니다.

곧바로 민사소송을 낸 정 대표, 그러나 증거불충분으로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법원이 요청했는데도 공정위 측에서 판단의 근거가 된 문서들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형찬/기술 탈취 피해기업 대표 : "공정위에서 3년 동안 조사해서 자료를 다 모아 놓으면 뭐합니까. 우리가 볼 수 있는 거 한 개도 없어요."]

법원의 자료 제출 요청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는데다, 업무상 비밀 엄수 의무 등을 이유로 공정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겁니다.

결국 끈질긴 요청으로 공정위 조사 자료 일부를 받아내고서야, 항소심 재판부는 정 대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한화의 기술침해를 인정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금 1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에서 행정 조사 자료를 받아볼 수 있게 돼 있고, 법원의 문서 송부 지시에 행정기관이 어떻게 응해야 하는지 세부 기준도 마련돼 있습니다.

[김철민/변호사/일본 시티유와 법률사무소 : "행정 담당자의 재량으로 맡기고 있으면 보수적으로 (제출)될 수밖에 없을 거거든요. 기준이 있으면 그 기준에 맞게 하면 되는 거니까 부담이 덜하다는 부분은 있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로 인한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회에선 공정위 조사 자료를 법원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 유민철 하정현/영상편집:김지영/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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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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