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장관, 사퇴 안 하면 한국노총 족보서 파버릴 것”
김동명 위원장, 노동장관 사퇴 첫 언급…김문수 비판도 나와
7일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 분위기는 격앙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를 결의한 뒤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30년 넘게 한국노총에서 일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퇴도 촉구했다. 김동명 위원장이 이 장관 사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이날 중집에선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경사노위 탈퇴든 중단이든 의미가 없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 노동운동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을 넘어 윤석열 심판 투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만재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고공농성 진압을 막다가 경찰에 연행됐고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틀 만에 풀려났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이정식 장관이 노동계 출신이지만 이번 사태 해결에 아무런 역할도 없다. 미련을 버리고 정권과 직접 싸워야 한다” “정부와 협상도 시급하지만, 지금은 노총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할 때” 등의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경사노위 탈퇴 결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다수는 강경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집 분위기는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탈퇴를 결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당초 사회적 대화를 전면 중단하되 경사노위 탈퇴 여부는 김동명 집행부에 위임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는데 실제 회의에서는 이보다 높은 수위의 결론이 나왔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는 신뢰가 생명”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과 노조 혐오는 도를 넘었고,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신뢰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를 존중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상대와 대화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중집 이후 열린 투쟁결의대회에도 한국노총 추산 2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부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정식 장관은 윤석열 정권 노동탄압에 하수인이 돼 한국노총을, 노동을 공격하지 않았나”라며 “이 장관은 사과하고 사퇴하라. 만약에 사과하고 사퇴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자랑스럽다고 떠들던 한국노총 출신 족보에서 파버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선을 넘었다. 한국노총은 한 발짝도 물러설 곳이 없다”며 “조합원들이 결정적인 선거의 순간, 정치의 순간 마음을 모아주는 것이 우리가 승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끈질지게 투쟁의 대장정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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