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유인희씨
올해 서울시 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유인희씨(78·사진)의 지난 4년은 ‘의지’ 그 자체였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을 꼬박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퇴근 후 틈틈이 검정고시를 위한 학업에 정진했다.
지난 5일 동대문구 회기동의 ‘상록야학’에서 노년의 긴 노력 끝에 ‘고졸’ 학력을 얻은 유씨를 만났다. 그는 “스스로 노년을 책임지겠다”며 사회복지학 전공을 다음 목표로 세웠다고 했다.
유씨가 국민학교(초등학교)밖에 마치지 못한 이유는 비슷한 연령대 많은 여성의 사연과 다르지 않다. 그는 중학교 교복을 입을 무렵 “큰오빠가 사업을 하다 망해서 집안이 홀라당 뒤집어졌다”고 했다. 또 그 시절 어느 집이나 그랬던 것처럼 딸의 교육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응어리로 남은 공부를 향한 꿈은 우연히 ‘상록야학’의 학생 모집 광고를 본 뒤 되찾게 됐다. 중학교 과정 2년, 고등학교 과정 2년까지 총 4년을 공부하는 동안 유씨의 일과는 젊은이도 쉽게 하지 못할 만큼 빡빡했다.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서 아침을 차리고, 오전 8시~오후 4시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오후 5시 넘어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야학으로 향했다. 오후 7시15분 시작된 수업은 10시15분이 돼서 끝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오후 11시였고, 자정 무렵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이었다. “공부가 마음속에 항상 품고 있던 거라 가능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만학도의 공부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스로도 “생활력이 강하다”고 말하는 유씨는 5년 전 학원에서 1년을 공부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이제는 사회복지학 전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80세가 넘어서도 복지와 관련된 일은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너무 어려운 공부라 자신이 없기도 하지만, 욕심이 생겨요.” 노년을 스스로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공부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고 했다. 유씨는 공부를 더 할 수 없었던, 비슷한 처지의 딸들에게 “주위에 기회가 열려 있으니 많이 오셔서 공부하고, 이렇게 깊은 감상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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