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장사 없네…스포츠계 흔드는 ‘오일 머니’
‘상업적 파트너십’ 공동성명 발표
뉴욕타임스 “사우디 야망의 승리”
선수들 “당혹” 9·11 유족도 ‘반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의 갈등이 약 1년 만에 봉합됐다. PGA 투어와 PIF,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는 7일 공동성명을 통해 “골프라는 종목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LIV 골프를 포함한 PIF의 골프 관련 사업적 권리를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의 사업 권리와 결합해 새로운 공동 소유 영리 법인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합병이 아닌 새로운 상업적 법인의 파트너십으로 소개하며 “새 법인은 세계 최고 선수들의 경쟁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1년 10월 설립된 LIV 골프는 PIF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가 양분하던 세계 남자 골프계에 뛰어들면서 판도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한 LIV 골프와 PGA 투어는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여왔다. 천문학적인 ‘오일 머니’를 앞세운 LIV 골프가 PGA 투어 스타플레이어를 빼갔고, PGA 투어는 LIV 투어로 넘어간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또 라이더컵, 프레지던츠컵 등 주요 남자 골프 대항전에도 이적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했다.
일단 갈등 봉합이 두 단체에 윈·윈이라는 분석이 많다. 레전드 게리 플레이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임을 재결합시키고, 세계 최고의 골퍼를 하나로 모으는 훌륭한 첫걸음이다. 팬들과 골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반겼다. 이번 합의로 LIV 골프는 사실상 세계 골프계의 한 축으로 인정받았다. 또 시청률 확대, 스폰서 다각화를 노리던 LIV 골프가 승자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신 PGA 투어도 LIV 골프와 손을 잡으면서 막대한 자본을 쥐게 됐다. PGA 투어와 LIV 골프는 그동안 제기한 소송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파트너십은 스포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망을 보여준 승리이지만 선수들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LIV 투어 출범과 함께 거액을 받고 LIV로 넘어간 선수들은 1년 만에 투어가 합쳐지면서 예전처럼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반면 LIV 투어로 이적한 선수들을 ‘배신자’라 부르며 PGA 투어를 지켜왔던 스타들은 이번 결정에 당혹감을 보일 수밖에 없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안병훈은 “지난 2년 동안 투어를 지킨 선수들에겐 큰 손실”이라고 했고,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고 허탈감을 표현했다.
이번 결정을 앞두고 PGA 투어가 선수들과 교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후폭풍이 예고된다. 9·11 테러 희생자 유족 단체도 강력 규탄했다. LIV 투어에 자금을 대온 사우디아라비아가 9·11 테러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LIV 골프 대회 미국 내 개최도 반대했던 유족 연합회는 “PGA 투어가 우리한테 보인 관심은 돈을 위한 위장이었다”고 맹비난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정원장 출신 박지원 “9·19 효력 정지, 윤 대통령 집권 중 가장 잘못한 정책”
- “아빠처럼 멋진 사람 될게”···3명 살리고 떠난 인라인 전 국가대표 김대철씨
- [종합] ‘김호중 사태’에 낙동강 오리알 된 생각엔터 ★들…거센 후폭풍
- 1630마리 중 990마리 돌아오지 않았다...30대 직장인이 밝힌 진실
- 유명 가수 집 직접 찾아간 경찰관…알고 보니 개인정보 무단 조회
- 개혁신당이 ‘김정숙 특검법’ 내는 국힘에 “쌩쑈”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 장경태 “이원석,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마지막 검찰총장 될 수도”
- 성일종 “윤 대통령 지지율? 인기 없는 엄격한 아버지 모습이라 그래”
- [단독] 세계유산 병산서원 인근서 버젓이 자라는 대마…‘최대 산지’ 안동서 무슨 일이
- 아이돌 출연 대학 축제, 암표 넘어 ‘입장도움비’ 웃돈까지…“재학생 존 양도” 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