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돌조각'으로 세계 정복…인류의 발전 가른 구석기

전하연 작가 2023. 6. 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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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자연계의 나약한 생명체에 불과했던 인간이 세계의 주인공이 된 비결 도구에서 찾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금부터 300만 년 전 단단한 돌 조각 하나를 집어든 게 그 시작이었다고 하는데요.


구석기 인류의 진화에 얽힌 뒷얘기 국립중앙박물관의 김상태 고고역사부장에게 더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시청자들께 자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상태 고고역사부장 / 국립중앙박물관

구석기 고고학을 전공하고 있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는 고고학과 관련된 연구나 전시를 기획하고 있고 뜻대로 발굴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고학자이면서 큐레이터인 셈입니다.


서현아 앵커 

구석기 고고학을 듣기 연구를 해오셨습니다.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김상태 고고역사부장 / 국립중앙박물관

어릴 적 제 꿈이 그 시절이면 누구나 한번 가져보는 과학자였는데요.


저도 우주나 별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중학교 1학년 무렵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됐는데 단순히 우주에 관한 책이라고만 생각하고 읽었는데 그 안에 인간의 기원에 대한 굉장히 흥미롭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어린 저에게는 그게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나중에 대학은 사범대학을 갔는데 그때도 전공보다는 진화에 대한 책들을 더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근데 한국은 화석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에는 도구 중심의 공부가 됐고 구석기 고고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서현아 앵커 

역사시간에는 '뗀석기'라고 배웠던 게 또 기억이 나는데요.


구석기 시대의 도구가 인류 진화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에 또 미지의 시대이다 보니까 또 연구에 어려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어떠십니까?


김상태 고고역사부장 / 국립중앙박물관 

고고학은 저에게는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다만 이제 발굴이나 지표 조사 같은 야외 조사가 저한테는 굉장히 육체적인 고단함을 줄 때가 있는데 예를 들어 한여름에 아주 뜨거운 뙤약볕 또 겨울에 그 차가운 바람 이런 것들은 젊은 친구들도 굉장히 고통스러워 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고고학을 해야 된다고 하면 언제든지 겪어야 되는 일이고 참아낼 수 있는데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또 다른 어려움이 바로 개인의 능력에 한계를 느끼는 겁니다. 


최소 만 년 전에 도구를 연구하는 거다 보니까 연구에 대한 이해도 좀 쉽지 않고 저 같은 경우는 이제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까 네 능력의 한계를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고단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역사의 비밀에 또 한 걸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청소년들도 고고학에 대해서 아주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을 출간을 하셨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김상태 고고역사부장 / 국립중앙박물관

제가 박물관에 오래 근무하면서 느낀 건데 대개 역사 박물관들은 상설 전시실이 구석기로 시작을 합니다.


그래서 상설 전시실을 한 권의 책이라고 비유한다면 구석기실은 그 첫 페이지가 되거든요.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그 첫 페이지는 어떤 기대감이나 설렘 같은 걸 갖기 마련인데 구석기 실은 돌만 쭉 늘어져 있다 보니까 재미가 없어서 그 첫 페이지를 그냥 휙 넘겨버리는 거죠.


그게 너무 안타깝고 그래서 이 '단단한 고고학'은 그것을 조금 반전시켜 보고자 마음 먹고 써본 구석기 시대 도구에 대한 대중서입니다.


서현아 앵커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머리말 보면 '지구 시계의 마지막 2분 15초가 인간의 시대'라고 쓰여 있는데요.


여기에는 어떤 의미를 담으셨습니까?


김상태 고고역사부장 / 국립중앙박물관

지구가 생겨난 것이 45억 년 정도 됐다고 하죠. 


근데 인간의 진화는 고작 한 칠백만 년 정도 되는 시간입니다.


만약에 45억 년을 24시간으로 비유한다면 칠백만년은 이 분 남짓한 시간이 되거든요.


지금 인간이 지구를 쥐락펴락하는 굉장히 강력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하루살이 같은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장구한 시간 앞에서 조금 더 겸손해야 될 필요가 있고 그런 내용들을 책에 담아서 사람들이 구석기 도구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런 또 인간의 시대 중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구석기 시대이기도 한데 이 고고학을 연구하는 게 지금의 우리 삶과는 또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김상태 고고역사부장 / 국립중앙박물관 

고고학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가 문자로 남아 있는 역사 시대를 연구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데요.


다만 문자가 없어서 기록할 수 없었던 소위 인간의 올챙이적 시절을 연구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역사학자들의 시간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할아버지 정도까지의 시간이라고 한다면 고고학자들의 시간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혹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시간을 연구하는 그 정도의 차이만 있다고 생각됩니다.


서현아 앵커 

그동안 땅속에 묻혀 있는 많은 돌을 꺼내서 연구를 해 보셨을 텐데요.


이 중에서 석기 어떻게 찾아낼 수 있습니까?


김상태 고고역사부장 / 국립중앙박물관 

이 질문은 제가 굉장히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하고 또 그러면서 굉장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구석기 고고학은 이 질문에서 시작이 되니까요.


석기를 구분하는 핵심은 의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어떤 돌을 도구로 만들려고 깼다면 그 깬 부분이 굉장히 규칙적이고 고른 패턴을 가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굉장히 좋은 방법은 돌을 한 번 직접 깨보는 것인데 강가에서 보안경과 장갑을 착용하고 한 번 돌을 깨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석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해보니까 또 설레기도 하고 참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직접 발견하신 유적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김상태 고고역사부장 / 국립중앙박물관 

제가 석기도 발견하고 발굴로까지 이어진 유적이 강원도 동해시에 발한동유적이 있고, 제주도 서귀포시의 생수궤유적도 있습니다.


그 외에 제가 해안 지역 고고학에 관심이 있어서 수 년 동안 동해안을 조사해서 10여 곳 이상의 새 유적을 학계에 보고한 적이 있었고요.


최근에는 친구들과 '영남 알프스'라고 하는 밀양 천황산 유적의 등산을 갔다가 우연히 그 정상 고원 지대에서 구석기 사람들이 석재도 채집하고 석기도 만들었던 석재 원산지유적을 발견해서 학계에 보고한 적도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렇게 우연히 또 유적을 발견하셨다니까 참 놀랍기도 합니다.


이번에 펴내신 단단한 고고학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혹시 있으실까요?


김상태 고고역사부장 / 국립중앙박물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미개하다고만 생각하는 구석기 사람들의 실제 삶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미 구석기 시대에 전통 시대 기술 기반들이 모두 등장했다든가, 또 도구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당시 인류의 어떤 역동적인 지적 성장 과정 그리고 동료들에 대한 사랑 또 죽음에 대한 애틋함, 이런 감정들 그리고 험난했던 삶 속에서 그 공동체의 어떤 결속력을 유지했던 원시 음악이나 미술 이런 것들을 책 속에서 얘기하고 있는데요.


그런 것들을 보면 현대 우리의 삶의 방식과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오히려 당시의 열악했던 여건들을 감안한다면 우리보다 어쩌면 더 강인하고 지혜로웠던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 험난한 과정을 통해서 힘겹게 쌓아놓은 생태계의 최고의 왕좌를 별다른 수고 없이 물려받은 행운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넓은 지구 우주에서 지구에서 태어나고 인간으로 살 수 있다는 이것만도 굉장히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라는 걸 모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돌과 뼈에서 아득한 과거의 모습을 밝혀내는 고고학의 매력이 참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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