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 생략 가능한 암은?
상당수의 직장암과 림프종은 방사선 치료 없이 수술과 화학요법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2일~6일 (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 소개된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책임자인 뎁 슈라그 박사는 "방사선이 표준 치료법이 된 이후 더 나은 화학 요법이 개발되고 더 나은 영상을 통해 좋은 종양과 정말 나쁜 종양을 구분할 수 있게 됐기에 모든 사람에게 방사선을 투여하는 대신 화학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방사선 치료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의 의학부장이다.
방사선 치료는 종종 암세포를 죽이거나 성장을 늦추는 데 사용되지만 건강한 세포도 많이 손상시킨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환자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ASCO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줄리 그래로우 박사는 방사선 치료가 나중에 다양한 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30대 중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면 50세가 되면 심각한 심장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직장암의 경우 골반으로 전달되는 방사선은 장, 방광 및 성기능을 손상시키고 환자의 향후 골반 골절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슈라그 박사는 "직장암은 불임과 조기 폐경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50세 이전의 직장암 진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23년에 약 80만 건의 새로운 직장암 진단이 예상되며, 미국에서는 약 4만8000건의 직장암 발생이 예상된다는 것.
국소 진행성 직장암의 일반적인 표준 치료는 5주 반 동안 골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수술을 받고 4개월 동안 화학 요법을 받는 것이다. 연구진은 1194명의 환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 중 하나에 배정했다. 543명은 방사선 치료로 시작해 수술과 화학요법으로 이어지는 표준 치료를 받았다. 나머지 585명은 방사선 치료를 생략하고 먼저 화학 요법을 받은 후 수술로 구성된 실험적 치료를 받았다. 의사의 재량에 따라 화학 요법이 한번 더 추가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 결과, 무병 생존율은 방사선 치료군이 약 79%, 비방사선 치료군이 약 81%로 두 그룹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방사선 치료군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항암화학요법에 반응해 방사선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방사선 치료군에서 첫 화학요법에 종양이 줄어들지 않은 경우에만 방사선 치료를 받게 했는데 이러한 경우는 9%에 불과했다고 슈라그 박사는 강조했다.
미국 예일대 암 센터의 위장암 센터 소장인 파멜라 쿤츠 박사는 이번 직장암 임상시험이 "관행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소 진행성 직장암 환자에서 방사선을 안전하게 생략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야말로 '적은 것이 더 풍요한 것(less is more)'임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영상 스캔 결과 암이 화학요법과 면역요법에 잘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난 268명의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이들은 모두 젊은 성인에게 더 자주 발생하는 공격적인 암인 원발성 B세포 림프종을 앓고 있었다.
약 절반은 무작위로 방사선 치료도 받도록 배정됐고, 나머지 절반은 방사선 치료 없이 경과만 관찰됐다. 30개월 후 암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의 생존율은 방사선군에서 98.5%, 관찰 그룹에서 96.2%로 두 그룹 간에 거의 동일했다.
전반적으로 완전 관해 환자는 방사선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30개월 시점에서 전체 생존율이 99%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를 검토한 ASCO의 코리 스피어스 "이는 이 환자들이 생존을 위협하지 않고 안전하게 방사선과 그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직장암 임상시험의 결과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과 ASCO 학술지인 《임상종약학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도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303269?query=featured_hom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