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車반도체 동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율주행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첫 협력의 물꼬를 텄다. 세계 반도체 1위(작년 매출 기준) 기업인 삼성전자와 글로벌 완성차 '톱3'(작년 판매량 기준)인 현대차가 서로 협력하는 것인 만큼 세계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의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사진)'을 공급한다고 7일 밝혔다. 양사는 2025년 공급을 목표로 협력할 예정이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IVI용 프로세서로,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정보는 물론 고화질의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지원한다. 이번 제품은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의 최신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 10개가 탑재된 데카코어(Deca Core) 프로세서로, 기존 대비 CPU 성능을 약 1.7배 향상한 것이 특징이다.

고성능·저전력의 LPDDR5를 지원해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신 그래픽 기술 기반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 그래픽 처리 성능이 이전보다 최대 2배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지난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두 차례 만난 뒤 나온 결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자동차 전장용 MLCC(적층 세라믹 캐피시터) 전용 생산공장이고,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스마트카 연구개발의 핵심 기지다.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센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협력 범위를 점차 넓혀가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에서 생산까지 가능한 만큼 현대차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다양화해 엑시노스 부활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전혜인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