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창고형 매장이 전철역 안으로
창고형 매장으로서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유통기업인 코스트코가 일본의 철도회사와 손잡고 혁신적인 물류 서비스를 시작해 화제다.
코스트코는 대규모 매장을 주로 교외에 설치하고 연회비를 내지 않으면 구매할 수 없는 게 글로벌 공통 룰이다. 특히 온라인 구매는 특정 물품에 한해서 구입이 가능하고 그마저 냉장·냉동 제품은 구매 리스트에는 제외돼 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코스트코는 일본 굴지의 철도회사인 세이부 그룹과 손잡고 작년부터 물류 혁신 실증실험을 시작했다. 세이부 철도가 운영중인 도쿄내 역 9개와 사이타마 현 내의 역 1곳 등 총 10군데 역내에 있는 물품보관소(스마트 락커)를 '물류 센터'로 활용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배달 물건을 집 문 앞에 자유롭게 쌓아 두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택배 시스템은 매우 엄격하다. 배달하는 곳에 보안이 철저한 보관함이 없으면 수령자가 반드시 직접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반송된다. 다시 받으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편의점을 택배 거점으로 이용한 서비스가 활성화됐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의 단점은 보완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철도회사와 유통사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주문하고 스마트폰으로 잠금 해제할 수 있는 스마트 락커에서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스마트 락커 크기 이상으로 주문할 수는 없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세이부 철도는 이케부쿠로선의 이케부쿠로역, 네리마역, 샤쿠지이코엔역, 아키쓰역, 도코로자와역, 신주쿠선의 세이부 신주쿠역, 다카다노바바역, 다나시역 등 접근성이 용이한 10개역을 중심으로 코스트코와 공동으로 서비스 실험을 진행중이다. 총 220개의 스마트 락커를 설치하고 이중 절반 이상은 냉장·냉동 기능을 탑재했다.
코스트코 창고 매장은 약 4000개 정도의 제품을 취급하는 반면에 이 스마트 락커 서비스는 상온 생필품 60개 품목, 냉장·냉동 제품 90개 품목 등 총 150개 품목을 취급한다. 하지만 '디너 롤', '마스카포네 롤', '불고기용 쇠고기', '이탈리아 티라미수'와 같은 최고의 인기 상품 위주로 편성이 돼 있어 유저 만족도가 매우 높다.
코스트코는 창고형 매장의 특성상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자동차가 없으면 방문이 어렵고 연회비도 만만치 않다. 비회원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함이 많았지만 이 실증실험을 통해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는 평균 10%정도 비싸지만 연간 더 지불하는 비용이 연회비(약 4만5000원) 미만이라면 조금이라도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홍보를 한다.
배송 속도도 당일 배송에 적합하다. 먼저 사용자가 주문을 하면 오전 10시 매장이 열리자마자 장바구니에 상품을 넣기 시작한다. 최대 2~3명 정도의 인원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피킹된 제품이 중간기지를 거쳐 역내 위치한 스마트 락커로 입고될 때까지 트럭만이 아니라 세이부 철도의 열차도 최대한 활용된다.
열차는 교통 체증과 관계없이 도착 시간이 매우 정확하므로 당일 배송에 특히 효과적이다. 앞으로도 이 강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철도를 중심으로 한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세이부 철도 입장에서는 유통사와 협업하면서 스마트 락커의 비어있는 시간, 즉 '유휴 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기존보다 손익분기점을 낮출 수 있으며 전철역을 물류 및 서비스 허브로 재탄생시키며 새로운 수익을 내는 미래 비즈니스를 모색할 수 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철도 사업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JR 서일본은 스마트 락커를 사용한 '피쿠 라쿠'의 실증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큐 코퍼레이션은 오는 6월 동일한 유형의 서비스 실증 실험을 시작한다.
100여년 전 기찻길을 깔면서 백화점을 세우고 유통그룹을 만들었던 철도회사들이 기나긴 불황을 겪고 이제 본연의 업에 충실하기 위한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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