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도 양보다는 질…‘착한 한류’ ‘공감 한류’ 해야”

서정민 2023. 6. 7. 18: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짬][짬] 창립 20주년 맞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정길화 원장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민간이 주도하는 한류에는 창의성·기동성·돌파성이 있지만, 일방주의·상업주의로 흐를 위험도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공공 부문에서 해야 합니다. ‘착한 한류’로 세계와 공감하는 국제문화교류를 하는 이유입니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 원장은 진흥원이 하는 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진흥원은 지난 4일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진흥원 사무실에서 만난 정 원장은 “지난 20년간 한류의 성격이 변해온 것처럼 진흥원의 역할과 위상도 변해왔다”고 말했다.

1990년대 한국 드라마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류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는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현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을 설립해 한류의 중심인 문화콘텐츠를 진흥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2003년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을 재단법인 형태로 만들었다. 이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직유관단체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전신이다.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이란 이름에 당시의 인식이 반영돼 있어요. 우선 한류의 권역을 아시아로 한정했고요, 문화를 산업으로 보면서 수출의 관점을 중시한 것이죠. 산업·수출 진흥은 콘진원이 맡았으니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은 일방적 수출에 따른 반감을 누그러뜨리도록 교류에 중점을 둔 겁니다.”

일본을 중심으로 혐한류 움직임이 일던 2004년, 아시아송페스티벌을 처음 열면서 문화 교류의 물꼬를 텄다. 케이(K)팝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아시아 각 나라의 대중음악도 함께 소개하고 즐기는 연례 축제다. 처음엔 한·중·일 3국으로 시작해 이제는 아시아 전역을 아우른다. 오는 9월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한국, 일본, 인도, 타이,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이 참가한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진흥원은 한류를 기반으로 한 문화 교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 정 원장이 2021년 시작한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은 다른 나라의 신인 아이돌을 한국에 초청해 케이팝 시스템 연수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2021년 베트남 두 팀, 2022년 타이 한 팀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으며, 올해는 인도네시아 한 팀이 이달 들어올 예정이다. 지난해 왔던 타이 걸그룹 로즈베리는 본국으로 돌아가 신인가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정 원장은 “이 사업이 지속되면 아시아 각국에서 로컬화된 케이팝을 할 것이고, 결국 케이팝의 저변이 더욱 안정적으로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실제로 한류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케이팝 가수와 국외에서 인기 있는 케이팝 가수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과거의 한류와 달리 이제는 공급자가 아니라 수용자 중심이기 때문이죠. 나라마다 자생적 팬덤이 생기고 취향이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류가 확산되면서 이제 세계화와 현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이 벌어지는 것이죠. 한류가 이질화되는 것이 아니라 영역과 위상이 더 커지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정 원장은 한류도 이제 양보다는 질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를 마중물 삼아 우리 문화 전반을 세계에 알리고, 동시에 다른 나라 문화와 교류하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진흥원이 요즘 역점을 두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류를 마중물 삼아 우리 전통문화, 순수예술 등을 입체적·심층적으로 보여주고, 그들의 문화도 포용함으로써 한류가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흥원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진흥원은 2018년 문체부로부터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1990년대 중화권서 드라마로 첫 ‘한류’
2003년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 설립
명칭에 ‘아시아 한정 수출산업’ 담겨

35년간 MBC 피디·중남미지사장 등
21년 취임뒤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
“국내·외 인기가수 달라…K팝 현지화
한류 마중물로 다른 문화 포용해야”

정 원장은 방송사 피디(PD) 출신이다. 1984년 문화방송(MBC)에 입사해 <인간시대> <피디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을 연출했고, 2011~13년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이 시절 우리 드라마를 중남미 현지에 판매하고, 현지의 케이팝 열풍을 취재하면서 한류 콘텐츠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귀국 뒤 기존에 준비하던 박사논문 주제를 ‘중남미(브라질) 한류 팬덤’으로 바꾸기도 했다. 2019년 정년퇴임 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를 지내다 2021년 4월 임기 3년의 진흥원장에 취임했다.

정 원장의 임기는 앞으로 10개월 남았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교류 한류’, ‘착한 한류’, ‘공감 한류’를 위해 민간 부문이 안하거나 못하는 영역에 충실하겠다”며 “다큐멘터리스트의 경험과 한류 연구자로서의 전문성을 살려서 주어진 역할과 소명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임기를 마치고 나면, 방송사 35년, 진흥원장 3년으로 한류 콘텐츠 경험이 축적됐다 보고 관련된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관련 연구도 꾸준히 해서 한류 콘텐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