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노르망디 상륙작전 79주년 기념하는 서방인들

이규화 2023. 6. 7. 18: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재연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노르망디의 생로랑쉬르메르에 있는 오마하 해변에서 성조기를 들고 서있습니다. AP 연합뉴스

프랑스 서부 대서양 연안의 노르망디 오마하와 유타 해변 등에서는 지난 6일(현지시간) 전후로 인근 마을 사람들과 참전용사 등 외국인들이 찾아 각종 추모행사를 가졌습니다. 6일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79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79년 전인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은 16만명의 군대를 동원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개시했습니다.

새벽 6시 30분 오마하, 유타, 골드, 소드, 주노 등 코드네임 해변 5곳을 겨냥해 포격과 함께 장병들을 실은 보트가 해변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변 내륙에서는 독일 전략 기지에 대한 야간 낙하산 착륙과 독일 총기 진지를 파괴하기 위한 미 육군 레인저스 등의 내륙작전도 병행됐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12개국가 16만명의 연합군이 참여했으며 7000여척의 배와 보트, 수천대의 다양한 운송차량, 1만1000여대의 항공기가 동원됐습니다. 전투원 외에 상륙작전을 지원한 인원은 총 2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들과 맞서 싸운 독일군도 5만명에 이르렀습니다. 이 같은 대규모 연합 상륙작전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내년 80주년 기념행사를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이 대대적으로 벌일 예정인 가운데 올해 79주년 행사는 조촐하게 치렀습니다. 마침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 것이 눈에 띕니다. 그는 독일 베를린 외곽 도시 포츠담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찬을 가졌습니다. 이곳은 숄츠 총리의 사저가 있는 곳입니다. dpa와 AP 등 외국 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 정상은 포츠담 시내를 함께 산책하고 유명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먹었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고 악수도 하고 그들의 촬영 요구에 응하기도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만찬을 하는 동안 시민 수십 명이 식당 주변에 모여 이를 지켜봤다고 합니다. 식당 창문을 통해 두 정상이 식사하며 대화하는 모습이 다 보였다고 하네요. 마크롱 대통령이 하필 6일 숄츠 총리를 만나러 독일을 방문한 것은 숄츠 총리와 독일 국민을 위한 배려로 보입니다.

5년 주기의 꺾어지는 해 노르망디 기념일에는 미국과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노르망디에 모여 성대한 기념행사를 엽니다. 당시 연합군의 적이었던 독일로서는 머쓱한 자리이지요.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이 숄츠 총리와 독일 국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달래고자 포츠담을 방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또 다른 목적도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대적 반격을 예고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마침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 지역에서는 6일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카호우카댐의 저수량은 18㎦로 충주호의 6.7배 규모라고 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상대방이 폭파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배후를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주목됩니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소행으로 규정하며 규탄하고 있는 것과 미묘한 온도 차를 보여줍니다. 댐을 붕괴시켜 얻을 이익과 손실을 계산할 때 러시아가 폭파시켰다고 볼 합리적 근거는 찾기 힘듭니다.

서방은 79년 전 연합국이 힘을 합쳐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리에 이뤄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격퇴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반대하는 서방의 국민들도 많지만, 여전히 침략국 러시아를 격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2차 세계 대전과 우크라이나전쟁이 배경과 양상은 다르지만 침략에 대한 응전 차원에서는 명분은 똑같습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에 대해 "점령된 영토를 해방하고 침략 국가, 이 경우 러시아에 의해 부당하게 공격받은 국가를 해방시키는 목표는 동일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무튼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을 맞아 해변을 찾은 서방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소모전에 착잡한 심경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상륙작전의 성공을 기념하기보단 전사자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강한 듯합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