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돈이면 안 되는게 없네”...어제의 원수가 오늘의 식구로
DP월드투어, LIV골프와 PGA투어 등 관련 단체 세곳은 7일(한국시간) “골프라는 종목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세 단체는 세계 골프 투어를 운영하는 공동 소유 영리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여기에 PIF가 새로운 법인의 독점 투자자가 된다. 사우디 자본이 사실상 세계 골프를 인수합병하는 셈이다.
지난해 6월 LIV골프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뒤 남자골프계는 PGA투어파와 LIV골프파로 양분됐다. PGA투어는 LIV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고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한 PGA 선수들은 LIV로 이적한 선수들에게 각을 세웠다.
서로 다른 길을 가던 PGA투어와 LIV골프가 힘을 합치게 된 것은 모나한 커미셔너와 야시르 알 루마얀 PIF 총재가 지난 4월 말 회동으로 급물살을 탔다. 모나한 커미셔너와 루마얀 총재는 영국에서 식사와 라운드를 함께 하며 논의를 발전시켰다. 블룸버그는 “LIV골프는 TV 방송이나 스폰서 계약의 어려움을 겪었고, PGA투어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끌 방법을 모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달새 양 측간 물밑 협상이 이뤄졌고, 전격 합병이 성사됐다.
서로 다른 역할을 확실하게 나눈 것도 한 배를 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PGA투어가 과반수 의결권을 보유하면서 PIF는 법인의 독점 투자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새 법인 이사회 회장으로는 알 루마얀 총재가 이름을 올리고, 모나한 커미셔너는 CEO로 임명될 예정이다.
선수들과 골프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LIV골프 출범에 앞장섰던 필 미컬슨(미국)은 “오늘은 멋진 날”이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주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LIV골프 소속 선수들은 우리 선수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던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도 세 단체의 합병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PGA 투어 몇몇 선수들은 사전 논의 없이 이번 발표가 진행된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PGA투어를 옹호했던 선수들은 패배자가 됐다”며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모나한 커미셔너는 “사람들이 나를 위선자라고 부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난 1년간 많은 게 변했다. 큰 그림을 바라보고 행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첫날 PGA투어와 LIV골프 전쟁이 막을 내려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반체제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살인자로 지목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임한 뒤 틀어졌다.
미국 내에서도 이날 세 단체의 발표에 대해 PIF와 사우디의 정치적 승리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세계스포츠에서 역할을 하려는 사우디의 행보 중 가장 큰 성공”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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