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내부고발 해고 노동자 박미희의 10년 싸움

한겨레 2023. 6. 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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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자신의 회사에서 11년 동안 차를 판 노동자를 내부고발을 이유로 해고되게 하는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뒤 10년 동안이나 복직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모습은 전혀 글로벌하지 않다.

기아차는 자정의 핵심이라 할 내부고발 제도를 운용했으면서도 회사의 방침대로 비리를 내부고발한 노동자를 해고해 10년 동안 거리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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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기아차 판매 내부고발자 박미희 공대위 발족식 및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왜냐면] 최창우 |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그 긴 세월 10년 동안 줄기차게 길거리에서 저항의 몸짓을 멈추지 않는, 아니 저항의 삶을 사는 이가 있다. 바로 박미희씨다. 2013년 5월30일 그는 느닷없이 해고됐다. 기아차 판매부문에서 일하고 있었다.

판매 질서를 어지럽혀 유통질서를 혼란에 빠트리고 판매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대리점주의 행위가 만연했다. 기아차 본사에서는 유통질서를 흩어트리는 행위를 보면 즉시 제보하라고 장려했다. 기아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판매질서를 흩어트리는 행위를 목격하고 본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면서도 선뜻 나설 수는 없었다. 잘못하다가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을 맞닥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직접 나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함께 모이면 불만을 드러내지만 일터로 흩어지고 나면 그대로 잠복하는 시간이 계속됐다. 참다 참다 행동에 나선 사람이 박미희씨다. 박씨는 대리점 소속 기아차 판매노동자들이 자녀 대학 등록금을 빌리러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는 본사의 사내 부정 비리 단속하는 곳에 전화로 제보했다. 본사의 이사와 통화하게 됐다. 그는 불공정 판매 교란 행위를 하는 곳이 어느 대리점이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비밀은 보장한다고 했다. 비리를 고발하고 진실을 말한 박미희씨는 바로 다음 날 해고됐다.

회사의 방침으로 내부고발을 장려한 기아차 본사는 내부고발자 박미희씨의 신변은 보호하고 판매 부조리의 뿌리를 뽑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내부고발자가 해고되게 하는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기아차는 책임지는 모습 대신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낸 내부고발자 박미희씨를 핍박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노동자가 나 홀로 싸움에 나선다는 건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박미희씨는 무려 10년 동안이나 회사의 핍박을 이겨내고 버텨 왔다.

내부의 비리와 부조리, 부정과 부패를 막아낼 자정능력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내부 고발은 공익성을 인정해 적극 보호하고 장려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내부 고발자를 핍박한다. 내부고발자는 거대한 힘을 가진 자본과 권력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보편적 인권 가치를 장려하고 보호하고 지켜내는 것이 글로벌 경영의 척도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경영을 천명하고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자신의 회사에서 11년 동안 차를 판 노동자를 내부고발을 이유로 해고되게 하는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뒤 10년 동안이나 복직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모습은 전혀 글로벌하지 않다. 인권의 눈으로 보면, 반인권 경영에 다름 아니다.

현대기아차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기아차는 자정의 핵심이라 할 내부고발 제도를 운용했으면서도 회사의 방침대로 비리를 내부고발한 노동자를 해고해 10년 동안 거리에 세웠다. 고소·고발을 남발해 법적으로 위협했다. 박미희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표현·집회의 자유를 봉쇄·제약하기 위해 수십명을 채용해 ‘알박기 집회’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회사가 만든 차를 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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