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만 주목 ‘촉법소년’ 재범 막는 데 온 사회가 나서야

한겨레 2023. 6. 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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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검색해보니 지난해 종합일간지의 촉법소년 관련 기사는 404건이다.

촉법소년의 특성과 소년부 재판이 형사재판과 다른 점, 죄를 범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년원에 최대 2년까지 수용될 수 있다는 사실, 보호처분으로 교화해야 하는 이유, 범죄예방 및 재범 방지 대책 등에 관한 분석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촉법소년 1020명 가운데 학생이 907명으로 88.9%를 차지한다.

촉법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전체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에 비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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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최원훈 |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검색해보니 지난해 종합일간지의 촉법소년 관련 기사는 404건이다. 2015년의 85건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3개월 동안 관련 기사는 128건이다. 대부분은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를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한 사건 기사다. 기사 내용 가운데 촉법소년에 관한 정보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인 소년으로 소년부의 심리 대상이 되며 ‘촉법소년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정도다. 촉법소년의 특성과 소년부 재판이 형사재판과 다른 점, 죄를 범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년원에 최대 2년까지 수용될 수 있다는 사실, 보호처분으로 교화해야 하는 이유, 범죄예방 및 재범 방지 대책 등에 관한 분석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소년부 법정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은 1만2507명이다. 이 가운데 만 10~13살 촉법소년은 1020명으로 8%다. 89%를 차지하는 14~18살도 한 때 촉법소년일 수 있으므로 촉법소년의 재범을 예방하는 것이 전체 소년범죄의 재범률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 정책이다. 이를 위해 촉법소년의 특성부터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 형사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촉법소년은 초범이 많아 형사사법 접촉 경험이 적기 때문에 위법성 및 보호처분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 또한 학생 비율이 높다. 지난해 촉법소년 1020명 가운데 학생이 907명으로 88.9%를 차지한다. 보호자 및 보호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대인관계가 빈약하다. 학교 부적응, 주의력 결핍, 낮은 준법의식 등의 특성을 가진다.

보호관찰 지도·감독을 받는 한 촉법소년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보호자와 학교장이 법원에 통고서를 제출해 소년부 판사가 보호관찰 처분을 결정했다. 담임교사는 통고서에 ‘한 부모 가정에서 생활하는 이 학생은 학교 결석과 가출을 반복하고 있는데, 초등학생에게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썼다. 보호관찰 처분 직후 중학교에 입학했다. 개학 첫날만 출석하고 무단결석을 반복했다. 학생부장 교사는 “1학년 중에 이런 학생은 처음 봅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누구에게나 질풍노도의 시기는 온다. 그런데 찾아오는 시기는 조금씩 다르다. 가슴 속에 상처가 있는 아이는 남들보다 빨리 찾아온다.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여론은 전체 소년범죄의 약 0.1%에 불과한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기사에만 주목하며 엄벌을 재촉한다. 소년의 상처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른들에게서 받은 것이다. 부모의 이혼, 가정의 해체, 보호자의 교도소 수용과 자살,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 학대 등 성장기 동안 소년에게 미친 부정적 경험에 근거한다. 따라서 어린 나이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질책하고 엄벌만 주장할 게 아니라, 소년의 상처를 치유·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촉법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전체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에 비해 낮다. 나이가 어린 만큼 회복 탄력성이 크고, 대부분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비행 초기 단계에서 비행을 중단하고 가정과 학교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보호관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촉법소년은 치유와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촉법소년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교사, 보호자, 보호관찰관과 지역사회 자원이 협업체계를 구축해 교내·외에서 세심하고 밀도 있는 지도로 비행을 예방하도록 도와야 한다. 질풍노도 시기의 아이들을 건전한 청소년으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것은 기성세대와 사회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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