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SEC… 바이낸스 자산동결 요청

신하연 2023. 6. 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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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가상자산 미등록증권 판단
'탈중앙화' 비트코인 주가 4% ↑
일각, 규제 리스크 종결 기대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고와 바이낸스 코인 이미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제소한 데 이어 바이낸스 미국 법인의 자산 동결을 명령하며 가상자산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경우 '탈중앙화'라는 특성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에 반등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규제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자산 동결은 기소에 따른 한 가지 조치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산 동결이) 또다른 영향까지 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SEC 칼 갈았다…핵심은 가상자산 '증권성' 여부

외신에 따르면 SEC는 6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바이낸스의 미국 자회사의 전 세계 자산 동결 등에 대한 긴급명령을 요청했다.

동결 명령 대상은 바이낸스의 미국 내 지주회사 2곳으로, 악소스(Axos) 은행을 포함해 현재 폐업한 실버게이트 은행과 프라임 트러스트 및 기타 기관에서 보유한 수십개 계좌에 적용된다.

전일 SEC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그 창업자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제소하고, 소장에서 "바이낸스가 고객 자산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미등록 증권형 자산판매와 연방 증권법 무시 등 모두 13개의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날 SEC는 또 뉴욕 연방법원에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대해서도 미등록 중개업체 역할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낸스를 제소한 지 하루 만이다.

이에 대해 폴 그레왈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SEC의 집행 조치는 코인베이스와 같이 규제 준수에 확고한 의지를 가진 기업의 경쟁력을 해친다"며 "해결책은 소송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규칙을 마련하는 입법"이라고 반박했다.

전날 바이낸스 제소 소식으로 주가가 9% 떨어진 코인베이스는 이날 SEC 제소로 12% 넘게 폭락했다.

바이낸스 역시 즉각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내고 "바이낸스가 미등록 증권 거래소로 운영됐거나 BNB 또는 BUSD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제공하는 등 불법적으로 증권을 제공하고 판매했다는 SEC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 "SEC의 지나친 조치에 반대하며 미국 디지털 자산 시장 참여자들과 함께 법의 한계에서 싸울 준비가 돼있다"며 맞대응까지 예고한 상태다.

두 건의 소송전에서 핵심 포인트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다. SEC는 바이낸스에서 12개, 코인베이스에서 13개의 가상자산을 미등록 증권으로 판단했다. 중복을 제외하면 솔라나(SOL)·에이다(ADA)·폴리곤(MATIC)·파일코인(FIL)·샌드박스(SAND) 등 총 19개 가상자산이 증권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간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대중이 공동 기업에 돈을 투자하고 타인의 노력에 따른 수익을 기대한다면 증권"이라면서 "전통시장과 유사성이 뚜렷한 암호화폐 기업들은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증권성 이슈를 놓고 판단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최윤영 연구위원은 "증권성 관련 문제는 입법이든 소송이든 단기간에 끝날만한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리플과 SEC가 이어오고 있는 소송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 "결국 증권성 관련 문제는 입법의 영역에서 해결돼야 추가적인 논쟁 소모 등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은 반등…규제 리스크 해소되나

시장은 기소 이슈에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바이낸스가 기소된 지난 5일(현지시간)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은 5%대 하락했으나 이튿날인 6일에는 하락분을 전부 회복했다.

한국시간 오후 3시15분 현재 비트코인은 1개당 2만6917달러(약 3511만원)으로 24시간 전 대비로는 4.43% 오른 상태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라는 특성 때문에 증권성과는 거리가 먼 만큼, 알트코인에 대한 규제가 비트코인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렌버그 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 마크 팔머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SEC가 암호화폐를 규제 내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으며, 모든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특성으로 인해 예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간 가상자산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던 규제 리스크가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규모 확대에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다만 SEC가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와 해당 이슈에 대해 논의를 이어오던 상황에서 제소한 것이 투자자 보호와는 대치되는 조치였단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 난센에 따르면 미 동부 기준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 바이낸스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빠져나간 순자금은 13억달러(1조6991억원)에 달했다.

코인베이스에서는 12억8000만달러(1조6729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두 기업에서 3조5000억원 가량이 유출된 셈이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태가) 결국에는 업체에 대한 벌금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사실상 높아 세수 확보라는 목적이 이면에 있는 것 아니냐는 업계 내의 목소리도 있다"면서 "물론 규제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코인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것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길인지는 의문"이라고 되묻기도 했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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