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탄압이 부른 노-정 대화 단절…정부 노동개편 힘 빠질 듯

방준호 2023. 6. 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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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가운데 사회적 대화에 무게를 실어왔던 한국노총이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1998년 이후 부침을 거듭하며 이어진 사회적 대화가 다시 장기간 공백 상태에 빠져들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내걸고 이후 경사노위 탈퇴까지 논의키로 해 당분간 윤 정부가 내건 노동개혁은 정부 혼자 힘으로만 추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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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노조탄압]‘사회적 대화’ 다시 공백상태로
7일 오후 전남 광양경찰서 앞에서 노동운동 탄압 분쇄와 경찰 폭력 만행 규탄하는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 마무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양대노총 가운데 사회적 대화에 무게를 실어왔던 한국노총이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1998년 이후 부침을 거듭하며 이어진 사회적 대화가 다시 장기간 공백 상태에 빠져들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내걸고 이후 경사노위 탈퇴까지 논의키로 해 당분간 윤 정부가 내건 노동개혁은 정부 혼자 힘으로만 추진하게 됐다.

한국노총은 이날 전남 광양시의 한국노총 광양지역지부에서 임시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를 열어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를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대화 중단을 넘어 경사노위 탈퇴 논의까지 이어간다. 중집위는 이날 경사노위 탈퇴 결정권을 김동명 위원장 등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한국노총 결정은 경사노위를 통한 대화에만 한정된 것으로, 최저임금위원회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등 근로자·가입자 대표로 참여하는 정부의 다른 위원회 참여까지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노총이 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화 전면 중단을 결정한 뒤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 노동자들의 농성장에서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월 저성과자 해고 등을 담은 양대 지침 추진에 반발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한국노총은 이후 2018년 노사정위가 경사노위로 재편되며 다시 중앙 단위의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했다. 윤석열 정부 이후 노-정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 2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유효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단절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던 한국노총이 대화 중단으로 돌아선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포운 노동자들의 농성장에서 벌어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이다. 특히 김 사무처장은 경찰 곤봉에 맞아 피를 흘리며 농성장 망루에서 끌려 내려온 뒤 구속됐다.

노동계와 대화보다 힘 겨루기를 택한 정부의 태도로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사노위 상임위원을 지낸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노동 정책의 중요한 디딤돌로 삼으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며 “노동개혁이라고 제시하는 의제 자체도 뚜렷하지 않고, 그 내용이 대부분 노동조합을 배제하는 정책인 환경에서 사회적 대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노조 회계장부 내지 제출, 국고보조금 지원 배제, 노동시간 개편안 등을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일방적으로 제시하며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과도 각을 세워왔다. 김동명 위원장은 이날 “노동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 정치적 계산과 술수라는 윤석열 정권의 성격과 정체성이 이런 사태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중단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정부의 노동정책 추진은 더욱 힘이 빠질 전망이다. 배규식 전 경사노위 상임위원(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그나마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이던 한국노총조차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로 나오는 노동 정책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여전히 부족하지만 1998년부터 조금씩 안착해 온 사회적 대화 구조가 위기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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