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이 갈랐다 … 희비 엇갈린 철강주
2차전지株로 체질 확 바꿔
올 상반기만 40% 급등
철강부진 '직격탄' 현대제철
10% 소폭 상승 그쳐 대조
국내 대표적인 철강주로 평가받는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지주사 전환 후 2차전지(배터리) 관련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포스코홀딩스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상향에 주가가 상승세다. 반면 순수 철강주로 남은 현대제철은 철강 업황 둔화의 악영향을 받으며 주가 상승률이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제철 주가는 1.03% 하락한 3만3700원에 마감했다. 연중 기준으로 주가가 10% 상승하긴 했지만 코스피 상승률(16.96%)에는 미치지 못했다. 현대제철은 2021년 5월 유동성 장세 때 기록한 고점(6만3000원)에서 46% 떨어진 상태다. 반면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주가가 40% 급등했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연중 거래량도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며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2021년 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두 종목 간 주가 흐름이 차별화된 계기는 포스코홀딩스가 2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 확보에 나선 후부터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과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함에 따라 배터리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리튬·니켈 등 핵심 원자재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는 포스코홀딩스의 성장 동력이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면 단순 철강주로 남은 현대제철은 철강 업황 둔화에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에 전방산업에서의 철강 수요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분기 중국 내 열연 가격은 524달러로 1분기 고점(650달러) 대비 20%가량 떨어졌다. 업황 부진은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으로 인해 철강 기업들 마진율 악화로 이어진다. 자동차강판은 올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17%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판가는 t당 15만5000원 인하됐다.
실적 둔화도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올해 2분기 현대제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9277억원, 36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 55.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분기 현대제철 영업이익도 52.1% 줄어든 바 있다. 흑자 전환은 올해 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금 흐름도 악화됐다. 실제 기업 곳간으로 돈이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알 수 있는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532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2조원), 2022년(2조1800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지주사로 전환한 포스코홀딩스는 지배주주 순이익 지표가 중요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홀딩스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3조26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는 '저평가 우량주'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하는 역사적 저점 수준의 기업가치로 인해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증권사 보고서도 다수 나왔다. 이는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PBR이 낮다는 건 그만큼 상승 동력이 부족해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현대제철 PBR은 0.2배 수준이다. 한때 포스코홀딩스 PBR도 동일한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시장에서 0.5~0.6배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2배 수준 기업가치는 단기적 저점 구간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최근 10년간 PBR은 2011년 중국 철강 공급과잉이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디레이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상반기 중 철강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가와 동행성이 강한 중국 철강 가격이 조정을 보이고 있어 당장의 주가 상승 모멘텀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현대제철의 분기 실적 개선 방향성과 향후 철강 시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에는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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