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얼굴인식 기술을 바라보는 눈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서울경제]

기술 발전과 함께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가능성이 점점 더 넓게 열리고 있다. 생체정보는 얼굴·홍채·걸음걸이 등 개인의 신체·생리·행동적 특징으로부터 추출된 여러 유형의 정보를 말한다. 근래에는 카메라나 영상 촬영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생체정보 중에서도 얼굴 이미지를 이용하는 기술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의 맥락에서는 개인을 알아보기 위한 용도로 관련 기술이 활용될 가능성에 특히 주목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상황이라면 해당 스마트폰의 정당한 이용자인지 확인하고 본인 인증을 하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될 것이고, 건물을 출입하는 상황이라면 입주사 직원인지 확인하기 위해 얼굴인식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범죄의 상황이라면 범인을 인식하고 도주 경로를 추적하는 용도를 생각할 수 있다. 기술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외국에서는 자동판매기로 물건을 판매하고 결제하는 과정에서 얼굴인식 기능을 활용하거나 경기장 관중에 대해 입장권을 일일이 확인하는 대안으로 얼굴인식 기능을 이용하는 사례가 언급되고 있다.

얼굴인식은 넓게 1 대 1 기술과 1 대 다(多) 기술로 나눠 파악할 수 있다. 1 대 1 얼굴인식은 이미 저장돼 있는 특정인의 얼굴 정보와 새로 포착되는 얼굴 정보를 비교해 서로 동일인의 정보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1 대 1 얼굴인식은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이나 정보를 수집한 당초의 목적을 벗어나 얼굴 정보가 이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우려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편이다.

1 대 다 얼굴인식은 새로 포착되는 얼굴 정보를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돼 있는 여러 사람의 얼굴 정보와 비교해 이 중 동일인으로 인식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특정인을 식별할 수도 있고 개인을 식별하지는 않더라도 입주사 직원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것과 같이 특정 그룹에 속하는지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1 대 다 얼굴인식은 다수의 인원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1 대 1 얼굴인식에 비해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1 대 다 얼굴인식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용될 수도 있다. 범죄자 추적을 비롯해 법 집행 과정에 사용될 수도 있고 유사한 기술이 실종 아동을 찾는 과정에 활용될 수도 있다. 얼굴인식 알고리즘은 결국 통계적 모형에 기반한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통계적 오류의 가능성을 수반한다. 예컨대 법 집행의 과정이라면 범죄자에 대해 범죄자가 아니라고 인식할 오류와 함께 반대로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라고 인식할 오류의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 또 수배자 명부나 그 이외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계되는 과정에서 최신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는 일과 같이 좀 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얼굴인식 기술, 특히 1 대 다 얼굴인식 기술은 기존의 개인정보보호법 체계가 전제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유형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관련 기술의 독특한 특징을 고려한 규율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강도림 기자 dor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