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LIV 손잡았다 … 빈살만 승리로 끝난 '골프戰'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6.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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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우디 골프투어 합병
새 공동소유 영리법인 출범
PIF 투자, PGA가 운영키로
블링컨 사우디 간날 성사
정치적 이유 작용 관측도
"LIV 이적선수가 최종승자"
PGA 투어와 LIV 골프가 전격 합병을 선언했다. 향후 세계 골프 투어를 뒤흔들 이번 합병은 투어를 옮겨 거액을 벌어들인 LIV 골퍼들이 승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LIV 골프 대회 단체전 우승자들이 축하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후원을 받는 리브(LIV) 골프가 합병을 전격 선언했다. 서로 물고 뜯던 원수에서 함께 발전을 도모하는 동업자로 바뀌면서 세계 골프 지형이 크게 들썩였다.

DP월드투어, LIV 골프와 PGA 투어 등 관련 단체 세 곳은 7일(한국시간) "골프라는 종목을 세계적으로 통합하는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세 단체는 세계 골프 투어를 운영하는 공동 소유 영리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여기에 PIF가 새로운 법인의 독점 투자자가 된다. 사우디 자본이 사실상 세계 골프를 인수·합병(M&A)하는 셈이다.

지난해 6월 LIV 골프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뒤 남자골프계는 PGA 투어파와 LIV 골프파로 양분됐다. PGA 투어는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고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한 PGA 선수들은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에게 각을 세웠다.

서로 다른 길을 가던 PGA 투어와 LIV 골프가 힘을 합치게 된 것은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와 야시르 루마이얀 PIF 총재가 지난 4월 말 회동하면서다. 모너핸 커미셔너와 루마이얀 총재는 영국에서 식사와 라운드를 함께하며 논의를 발전시켰다. 블룸버그는 "LIV 골프는 TV 방송이나 스폰서 계약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PGA 투어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끌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달 새 양측 간 물밑 협상이 이뤄졌고, 전격 합병이 성사됐다.

서로 역할을 확실하게 나눈 것도 한 배를 타는 데 기여했다. PGA 투어가 과반수 의결권을 보유하고 PIF는 법인의 독점 투자 권리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 법인 이사회 회장으로는 루마이얀 총재가 이름을 올리고, 모너핸 커미셔너는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될 예정이다.

세부 조항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남은 시즌 일정은 그대로 진행된다.

PGA 투어를 떠나 LIV 골프로 이적했던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승자'라는 분석이 있다. 지난달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브룩스 켑카(미국), 전 세계 1위인 더스틴 존슨(미국) 등은 LIV 골프에서 거액의 계약금과 상금을 받고 PGA 투어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선수들과 골프계 관계자들 반응은 엇갈린다. LIV 골프 출범에 앞장섰던 필 미컬슨(미국)은 "오늘은 멋진 날"이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주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LIV 골프 소속 선수는 우리 선수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던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도 세 단체의 합병을 지지하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PGA 투어 몇몇 선수는 사전 논의 없이 이번 발표가 진행된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PGA 투어를 옹호했던 선수들은 패배자가 됐다"며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모너핸 커미셔너는 "사람들이 나를 위선자라고 부를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난 1년간 많은 게 변했다. 큰 그림을 바라보고 행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한 첫날 PGA 투어와 LIV 골프 전쟁이 막을 내려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반체제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살인자로 지목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임한 뒤 틀어졌다.

미국 내에서도 이날 세 단체의 발표에 대해 PIF와 사우디의 정치적 승리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세계 스포츠에서 역할을 하려는 사우디의 행보 중 가장 큰 성공"이라고 보도했다.

[김지한 기자 /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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