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신경영 30년, 이번엔 나라가 모든 걸 바꾸자는 각오를 [사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30주년을 맞았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 임직원 200여 명을 모아놓고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의 간절함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조직과 제도, 업무 관행 등 모든 것을 바꾸는 개혁을 통해 국내 1등에서 세계 1등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95년 구미 공장에서 수백억 원어치 애니콜 휴대전화를 불에 태운 것은 삼성 신경영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미국·일본·유럽의 선진 기업과 경쟁하려면 기존 품질에 만족해선 안 된다는 굳은 의지와 각오를 보여줬다. 이 회장이 뿌린 혁신의 씨앗과 최고 품질을 향한 열망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배터리, 바이오 등 전 사업으로 확산되며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 회장이 살아남기 위해 신경영을 선언했을 때보다 훨씬 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이 8개월째 역성장하며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적자가 15개월째 이어진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향후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 금융기관들은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면서 한국만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낮췄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로 내수 회복도 장담할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한계기업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그럼에도 낡은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 저출산·고령화로 기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니 걱정이다.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했던 것처럼 이제는 국가가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노동개혁과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 저출산을 극복할 획기적인 대책도 시급하다. 경제를 살릴 개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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