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사형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3. 6.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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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에서 88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국제앰네스티 집계 기준으로 5년 만에 최고치다. 중국, 북한 등 통계가 공개되지 않은 나라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형 집행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하지만 사형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며, 지난해에도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다.

흉악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찬반 논란을 일으키는 사형제가 이번에는 집행시효 문제로 관심을 끌고 있다.

현행 형법은 사형이 확정된 후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채 30년이 지나면 형의 시효가 완성돼 집행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11월이면 1993년 11월 사형이 확정된 최장기 사형수의 집행시효가 만료된다. 시효가 만료되면 법적 구속력이 다해 석방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법무부가 법 개정에 나섰고, 지난 5일 사형의 집행시효를 없애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형 집행시효가 형법에서 사라진다. 법 개정 전에 사형을 선고받고 30년 시효가 끝나지 않은 사형수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사형 집행시효가 없어지면 사형은 사실상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된다. 무기징역형은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 대상이 되지만 사형수는 가석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형 집행시효 논란은 형법이 개정되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형제 존폐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죄에 집중한다. 흉악범은 이미 인간다움을 상실했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흉악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 주목하고,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대해 두 차례 합헌 결정을 했지만, 사형제의 위헌 여부에 대한 세 번째 심판이 진행 중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 남아 있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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