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중 가장 흔한 림프종, '이중항체'는 매력적인 치료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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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은 일반인에게 비교적 익숙한 암이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을 비롯해 최근 '국민 배우' 안성기의 투병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의 관심을 환기했다. 흔히 '혈액암=백혈병'을 떠올리지만, 사실 환자가 가장 많은 혈액암은 T세포·B세포 등 림프구와 림프계의 돌연변이로 인한 림프종(림프암, 임파선암, 임파종이라고도 불림)이다. 백혈구·적혈구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 듯, 림프구도 림프액에 실려 림프관·림프절을 통해 우리 몸 구석구석에 닿는다. 림프종 환자가 밤에 땀을 많이 흘리거나, 이유 없이 3개월 내 체중이 10% 이상 감소하는 등의 전신 증상을 경험하는 배경이다.
림프종과 같은 혈액암은 간암·폐암처럼 수술로 치료할 수 없어 일찍부터 항암제가 발전했다. 특히, 림프종 중에서도 가장 흔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하 DLBCL)은 의료계의 오랜 연구 대상이었다. 그 결과, 이제는 항암제에 반응이 없거나(불응성) 재발(재발성)하는 DLBCL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신(新)무기'도 속속 결실을 보고 있다. 초고가 항암제 '킴리아'를 포함한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에 이은 앱코리타맙·오드로넥스타맙 등의 '이중특이항체'가 대표적이다. 이중특이항체 신약 임상에 모두 참여 중인 엄현석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은 "CAR-T 치료제와 비교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이중특이항체는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치료 옵션"이라 평가했다.
DLBCL 환자에게는 표적치료제인 리툭시맙과 3개의 세포독성 항암제, 스테로이드를 함께 쓰는 'R-CHOP' 요법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리툭시맙의 'R'과 다른 네 약물의 앞 글자인 'CHOP'을 따 이렇게 부른다. 2000년대 전까지는 소위 '머리 빠지는' 세포독성 항암제 기반의 CHOP 요법을 적용했지만, 표적치료제인 리툭시맙을 함께 쓰면서 생존율은 10% 이상 상승했다.
엡코리타맙과 오드로넥스타맙의 적용 대상은 이런 40%의 불응성·재발성 DLBCL 환자다.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 바로 이중항체다. 한쪽은 암세포(B세포)의 항원인 CD20에, 나머지는 건강한 면역세포(T세포) 항원인 CD3에 붙어 둘을 연결한다. 앱코리타맙과 오드로넥스타맙은 각각 피하, 정맥 주사로 투입 방법은 차이가 있다. 외부에서 항체를 주입할 때 나타나는 알레르기, 혈압 저하 등의 거부반응도 제각각 다르다. 임상시험을 진행할 땐 엄격한 환자 분류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한다. 엄 병원장은 "리툭시맙같은 단일항체가 면역세포를 끌어들이길 '기대'하는 약이라면, 이중항체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만큼 치료 효과가 더욱 강력하고 확실하다"라며 "치료법이 없어 속수무책인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중특이항체 신약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중특이항체와 치료 대상과 작동 방식(기전)이 비슷한 CAR-T 치료제는 이미 상용화돼 있다. B세포의 또 다른 항원(CD19)을 표적 하는 항체 유전자를 T세포에 주입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이끈다. 애초 T세포가 만들어질 때부터 암을 공격하라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CAR-T는 반감기 없이 몸 안에서 계속 순환해 한 번 투여만으로도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원샷 치료제'이기도 하다. 다만, 환자에게서 림프구를 추출한 후 냉동해 미국에서 제조한 뒤 국내로 들여야 해 4주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엄 병원장은 "환자 상태에 따라 T세포를 분리하지 못하거나 즉각적인 처치가 요구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바로 쓸 수 있는 이중항체가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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