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블루칩·신진작가 강세 … 경매시장에 3가지 '훈풍'
이불·양혜규 나란히 고가 낙찰
이우환·박서보는 해외서 청신호
'MZ 열광' 우국원도 다시 인기
작년 하반기부터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경매시장에 반등 신호가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이불, 양혜규 등 한국 대표 여성 작가들이 경매에서 기록 경신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해외 경매에선 이우환과 박서보가 블루칩 작가의 위용을 보여줬고, 우국원과 김선우 등 신진 작가도 다시 살아나며 시장에 3가지 '청신호' 불이 들어왔다.
올해 1분기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메이저경매는 총 5회 개최, 낙찰 총액 약 25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58% 감소하며 큰 충격을 줬다. 총판매 작품 수도 513점으로 전년보다 약 52.4% 감소했다. 하지만 3월 이후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1분기 양대 경매사 낙찰률은 약 67.3%에 그쳤지만 5월 경매에서 케이옥션은 69.23%, 서울옥션은 75.32%로 소폭 반등했다.
케이옥션 4월 경매에서 이불의 'Alibi'(1994)가 뜨거운 경합을 보여줬다. 시작가의 10배가 넘는 금액에 낙찰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비극적인 주인공 초초상에 대한 작가의 응답을 담은 작품이다. 여성이라는, 동양인이라는 정체성으로 겪은 차별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한 것. 'Alibi'라는 제목을 가진 영상 속 아크릴 선반 위에 있는 7개의 손 오브제가 등장하는데 그중 낙찰된 2점은 모두 나비가 박제된 핀에 손이 찔린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색종이 콜라주 작업이 꾸준히 가격이 오르며 주목받아온 양혜규도 4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봉투 콜라주 작업 'Windmill'이 9000만원에 팔리며 '블루칩'의 상징인 1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둘의 공통점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가대표 작가라는 점이다. 이불은 타테우스로팍 런던 엘리하우스에서 내년 3월까지 전시를 열고, 양혜규는 4월부터 벨기에 겐트미술관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케이옥션 손이천 수석경매사는 "조정기라도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은 경합을 유도하고 있다. 컬렉터들이 쓸 돈이 없다는 건 아니며 블루칩을 기다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옥석이 가려지는 중요한 시기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풍만 부는 것도 아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대표작가들이 한국 시장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5월 28~29일 크리스티 홍콩에서 열린 20/21세기 미술 경매에서는 이우환과 박서보가 화제가 됐다. 부동산과 호텔 비즈니스로 잘 알려진 미국의 사업가이자 열렬한 미술 컬렉터였던 제럴드 파인버그가 소장했던 이우환의 청색과 적색점이 찍힌 초대형 작품(227.5x182㎝) 이 경합 끝에 약 19억원에 판매됐다. '다이얼로그' 중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고 이우환의 경매최고가 기록인 2021년 11월 서울옥션에서 '선으로부터'의 22억원에 근접한 가격에 도달했다. 암투병 중에도 박서보미술관 기공식에 참여한 박서보도 연필로 그린 '묘법 No. 15-76'(130.6x161.5㎝)이 약 13억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다.
2020년 이후 활황기를 이끌다 주춤했던 우국원과 김선우도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 5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김선우의 100호 대작 'Librarian of the Forest'가 시작가의 2배가량인 7000만원에 팔렸다. 5월 케이옥션 경매에서는 우국원의 'Journey'가 1억500만원에 팔렸다. 2월 1억5500만원의 낙찰가를 찍은 데 이어 올해 두 차례나 1억원 돌파에 성공했다. 조정기에 시장을 지탱하는 건 블루칩이고 이들의 가격이 오를 때 저점을 지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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