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에 백기 든 PGA…LIV의 승리로 끝난 골프 전쟁

김지섭 입력 2023. 6. 7. 16:54 수정 2023. 6. 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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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오일 머니'에 백기를 들었다.

LIV 골프 출범 1년 만에 PGA 투어와 통합을 이뤄내며 세계 골프의 한 축이 됐고,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 인권 문제 등 부정적인 인식을 세탁하는 '스포츠 워싱' 목적도 달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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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으로 출범한 LIV 골프가 7일 합병 소식을 발표했다. LIV 골프 출범 전후로 날 선 대립각을 세웠던 두 단체는 "골프를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라고 설명했지만 주요 외신들은 막대한 자금을 내세워 영향력을 키운 LIV 골프의 승리라고 봤다. AP 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오일 머니’에 백기를 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후원으로 출범한 LIV 골프와 원수 같은 관계를 끝내고 한 식구가 됐다. 그간 두 단체와 소속 선수들끼리 날 선 대립각을 세웠던 것에 비춰볼 때 파격적인 합병이다.

PGA 투어와 LIV 골프는 “골프를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라고 평가했지만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LIV 골프의 승리라고 봤다. LIV 골프 출범 1년 만에 PGA 투어와 통합을 이뤄내며 세계 골프의 한 축이 됐고,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 인권 문제 등 부정적인 인식을 세탁하는 ‘스포츠 워싱’ 목적도 달성했기 때문이다.

PGA 투어와 PIF,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는 7일 공동 성명을 통해 합병 소식을 발표했다. 세 단체는 “LIV 골프를 포함한 PIF의 골프 관련 사업적 권리를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의 사업 권리와 결합해 새로운 공동 소유 영리법인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며 “새 법인은 세계 최고 선수 간의 경쟁과 흥미를 극대화하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새 법인 설립은 PIF 자본으로 이뤄진다.

PGA 투어와 LIV 골프는 지난해 6월 LIV 골프 출범 전후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다. LIV 골프가 거액을 쏟아부어 PGA 투어 선수들을 데려갔고, PGA 투어는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의 라이더컵, 프레지던츠컵 등 주요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은 LIV로 떠난 선수들을 ‘배신자’나 ‘악마’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앙숙 관계가 갑자기 협력 관계로 바뀌면서 세계 남자 골프계도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르면 2024시즌부터 하나의 통합 단체가 출범하고, PGA 투어에 출전하지 못했던 LIV 골프 이적 선수들도 다시 예전처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두 단체 간 벌어진 소송도 합의하에 종결될 예정이다.

결국 LIV 골프 출범과 함께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고 무대를 옮긴 필 미켈슨,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등이 승자로 남게 됐다. 이들에게는 LIV 골프로 떠난 지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PGA 투어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유일한 손해는 세계랭킹 포인트를 얻지 못하는 LIV 골프에서 활동하느라 1년간 랭킹이 조금 떨어진 부분이다.

PGA 투어 선수들은 합병 소식에 배신감을 토로했다. LIV 골프와 합병 계약을 마친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는 곧장 PGA 투어 RBC 캐나다 오픈이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로 날아가 선수들과 만났지만 일부 선수는 그에게 대놓고 ‘위선자’라고 저격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반발이 빗발쳤다. 골프 채널의 해설가 브랜든 챔블리는 “프로 골프 역사상 가장 슬픈 날”이라며 “이익을 위해 원칙을 희생했다”고 꼬집었다. 안병훈은 “PGA 투어를 지켰던 선수들의 큰 패배”라고 적었다.

반면 LIV 골프 수장 그레그 노먼은 “세계 골프에 있어 선수와 팬들이 좋아할 엄청난 하루”라며 반겼고, 미켈슨도 “멋진 날”이라고 기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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