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킹 달러’ 없지만 ‘원화 강세’도 어렵다
원·달러 환율이 약 두달만에 장중 1300선을 하회하면서 하반기 경기회복세는 물론 환율 흐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킹 달러’의 독주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겠지만 ‘원화 강세’를 점치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수준은 계속 1300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과 1200원대로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4.3원 내린 달러당 1303.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9.1원 내린 1299.0원에 개장, 장중 한때 1296원까지 저점을 낮췄다가 낙폭을 일부 반납해 1300선 위에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아래서 거래된 것은 지난 4월14일 이후 처음이다. 세계은행이 미·중은 물론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향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살아난 것이 원화 강세로 연결됐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지난해와 같은 압도적 달러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2월 결산법인의 5월 배당금 지출 요인이 소멸되고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치가 추가로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되돌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 경기 반등이 본격화되고 이로 인한 수출 및 무역수지 반등이 확인된다면 비교적 큰 폭의 원화절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의 힘이 약해지는 국면에서 무역수지 적자폭 축소와 수출 개선 등은 원화에 우호적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하반기 중 1300원 밑으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한국 성장률 둔화를 감안하면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원화 강세를 그릴 정도는 아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원·달러 환율을 지난해 달러당 1292원보다도 높은 1306원으로 제시했다. 금융연은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고, 미국 은행권 불안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확실성도 지속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상방압력이 확대됐다”면서 “다만 향후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지수 약세로 점진적 하락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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