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XR 주도권 경쟁 불붙나… 메타·애플 이어 삼성까지 참전 준비

안상희 기자 2023. 6. 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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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던 메타버스 열기… MR헤드셋 활성화로 살아나나
빅테크, MR 생태계 구축 노력
IDC, XR시장 5년간 연평균 32% 성장 전망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2023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신제품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옆에 두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애플이 혼합현실(MR·Mixed Reality) 헤드셋을 선보이면서 빅테크들의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MR은 현실처럼 구성되어 있는 가상세계를 체험하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과 현실과 가상을 융합한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모두 아우르는게 XR이다.

애플이 MR 헤드셋을 선보이기 전까지 XR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2010년대부터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VR, AR이 현실로 구현되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XR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가 주목받는가 싶더니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의 등장으로 열기가 식어버렸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VR 헤드셋 생산량을 올해 약 20% 줄였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메타버스 서비스 알트스페이스의 VR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 5일(현지시각) 2014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MR헤드셋’을 공개하자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MR헤드셋을 내놓으면서 “맥이 개인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애플 비전 프로’는 우리에게 공간 컴퓨팅을 선보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빅테크들이 연이어 XR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지 주목된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발표는 AR·VR 헤드셋 시장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했다.

◇ XR시장 5년간 연평균 32% 성장 전망

애플이 하드웨어 신제품으로 MR 헤드셋을 선보이는 것을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보여준 장악력 때문이다. 애플은 단순히 MR 헤드셋 하드웨어 뿐 아니라 이를 작동하는 운영체제, 앱, 게임 영역 등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들이 MR시장을 선점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XR 시장은 2022년 약 138억달러(약 18조원) 규모에서 2026년 약 509억달러(약66조58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 약 32%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애플 역시 헤드셋 시장 성장에는 콘텐츠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WWDC에 밥 아이거 월드디즈니컴퍼니 회장을 등장시키며 비전 프로에 디즈니플러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메타가 장악중인 시장 변화 불가피… 삼성도 퀄컴·구글과 협업

현재 VR·AR 헤드셋 시장은 메타가 80%를 장악하고 있다. 메타는 2021년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하면서 메타버스 사업에 의욕을 보였다. 메타는 애플의 본격적인 XR 행보를 의식해서인지 애플보다 나흘 앞선 이달 1일(현지시각) 차세대 VR·MR 헤드셋인 퀘스트3를 공개했다. 가격도 499달러(약 65만2000원)로 크게 낮추면서 애플을 견제했다. 애플의 MR 헤드셋은 3499달러(약 456만원)부터 시작한다. VR의 경우 오큘러스가 2012년 게임 전시회 E3에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개발자 키트를 공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는데, 메타(당시 페이스북)는 2014년 오큘러스를 약 20억달러(2조603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R 제품인 홀로렌즈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MS는 추가적인 디바이스 개발보다는 기업과 산업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MS는 생산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강한 만큼 XR 행보가 소프트웨어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 메타 역시 MS와 견고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메타가 VR을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MS의 생산성 도구인 팀, 윈도우즈, 워크룸즈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XR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모바일용 VR 기기를 오큘러스와 협업해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저조한 수요에 단종시킨 후 XR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올해 2월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퀄컴, 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XR 폼팩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 3월 특허청에 ‘갤럭시 글래스’라는 상표도 출원했다. 구글이 OS(운영체제)를, 퀄컴이 칩셋을 제공하고 삼성전자가 디바이스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캐롤리나 밀라네시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 회장은 “애플은 자신들이 앞서지 못한 분야에서도 시장을 재창조하거나 활력을 불어넣는 습관이 있다”며 “혼합 현실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자사의 생태계에서 고객을 빼앗기지 않는 ‘락인 효과’로 충성심 높은 고객을 XR시장에 유인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메타에 한정되어 있던 B2C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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