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액 맛·품질에 집중 … 대기업보다 잘 팔리죠"
국내유일 가쓰오부시 기술로
시판용 참치액서 점유율 1위
붉은대게 간장소스 등 신제품
MZ세대 입맛 사로잡고 '돌풍'
"중소기업이라 서러울 때가 정말 많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1위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결국 소비자분들이 맛과 품질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주신 덕분입니다."
1990년대 후반 최초로 가다랑어포 추출액으로 만든 액상 조미료 '참치액'을 창안해낸 한라식품의 창업주 2세 이재한 대표이사(CEO)는 유사 제품을 잇달아 출시한 대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지난 2~3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라식품은 지난해 대표 제품인 '주부천하 참치액'을 필두로 참치액 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1위를 굳혔다. 사조대림이 20%로 2위를 차지했고 그 밖에 CJ제일제당과 대상, 동원F&B 등도 참치액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시작한 참치액 원조 업체 한라식품은 '액상 조미료'라는 용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1999년 시판용 참치액을 처음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일본식 쓰유를 한식에 어울리도록 만든 것이다. 한라식품의 참치액은 가다랑어를 직접 훈연(연기로 익힘)해 만든 가쓰오부시를 무·표고버섯·다시마 등과 함께 끓여 우려낸 뒤 농축해 만든다. 국·탕·찌개 등 국물요리는 물론 무침, 볶음 같은 각종 한식에 육수의 깊은 감칠맛을 더해줘 요리 고수들 사이에서 '마법의 물방울'로 불린다.
경북 상주에 소재한 본사와 참치액 등 제품 제조공장, 태국의 가다랑어 가공 공장 등을 통틀어 전체 임직원은 50여 명 남짓.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액상 조미료에서만큼은 강자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라식품은 CJ제일제당과 대상에 이어 간장·고추장·된장 등을 아우르는 전체 조미료 시장에서 제조사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액상 조미료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식품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라식품과 유사한 참치액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나왔다. '집밥족'이 늘면서다. 이 대표는 "한동안 대기업들의 네거티브 마케팅에 시달려야 했다"며 "대형마트에 상주하는 직원들이 매대에서 우리 제품의 '주부천하 참치액' 로고가 보이지 않게 돌려 놓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참치액 제품 패키지 전면뿐만 아니라 후면에까지 로고를 그려 넣게 된 것도 이 같은 경쟁 업체들의 견제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대기업들의 총공세에도 소비자들의 선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초반에는 시장점유율이 요동치는 듯했지만 마케팅 경쟁으로 시장이 커지면서 오히려 매출은 빠지지 않고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라식품은 지난해 연매출 150억원을 올렸다. 이 가운데 80%가 참치액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은 단순히 '원조'라는 것에만 있는 게 아니다"며 "시중에 나와 있는 참치액 가운데 직접 양질의 가다랑어를 선별해 원물을 손질하고 훈연해 가쓰오부시를 만든 뒤 이를 채소와 함께 우려낸 가다랑어 추출액을 담고 있는 제품은 한라식품의 참치액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가쓰오부시 제조 기술은 전무후무하게 국내에서 한라식품만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다. 그 외 업체의 참치액은 전부 훈연참치추출물을 수입해 이를 정제수와 소금, 간장, 향미증진제, 향료 등과 혼합한 형태다.
이처럼 공을 들여 만들다 보니 1990년대 후반 출시 당시에도 주부천하 참치액 900㎖ 제품 가격은 9500원으로 다소 비싸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주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됐다.
이 대표는 "당시 직접 제품을 싸들고 삼풍아파트 등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알뜰장을 돌아다니면서 무료 시식행사를 벌이면서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다"며 "대형마트에 입점하기 위해 MD 앞에서 참치액 900㎖ 1병으로 우동 50인분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이제 한라식품 참치액은 대형마트는 물론 쿠팡, 마켓 컬리 같은 이커머스 채널에서도 '모셔 가는' 제품이 됐다.
최근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배우 차승원과 류수영 등 요리 고수로 알려진 유명인들이 한라식품 참치액을 사용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젊은 세대에게도 주목을 받게 됐다. 이에 힘입어 한라식품은 일본식 쓰유와 영덕 대게를 우려내 만든 '붉은대게 간장소스' 등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캠핑족을 겨냥해 1회 분량을 소분해서 담은 '주부천하 참치액 스틱'도 젊은 층에게 인기다. 대형마트나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자체브랜드(PB) 참치액도 대부분 한라식품 제품이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기능성 성분을 강화한 참치액 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껏 꼼수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어 왔다. 앞으로도 고객부터 유통사까지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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