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PGA 투어 ‘깜짝 합병’… 승자는 LIV파

최현태 2023. 6. 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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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컬슨(53) 2억달러(약 2606억원), 더스틴 존슨(42)· 브라이슨 디섐보(30· 이상 미국) 1억2500만달러(약 1629억원) , 캐머런 스미스(30·호주) 1억달러(약 1303억원). 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사우디아리비아 국부펀드(PIF) 자본으로 출범한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로 옮긴 스타급 선수들이 받은 천문학적인 이적료다. 반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는 10억달러(약 1조 3036억원)를 제시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LIV로 옮긴 선수들은 배신자”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런 동료의 질타를 무릅쓰고 LIV로 옮겨 거액을 벌어들인 선수들이 결국 ‘승자’가 됐다. LIV가 출범 1년만에 PGA 투어와 전격 합병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진=AP연합뉴스
PGA 투어, PIF,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는 7일 공동성명을 내고 “골프라는 종목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세 단체의 합병을 발표했다. 세 단체는 “LIV 골프를 포함한 PIF의 골프 관련 사업적 권리를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의 사업 권리와 결합해 새로운 공동 소유 영리 법인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며 “PIF가 새로운 법인의 성장과 성공을 촉진하기 위해 자본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이에 따라 소송전을 벌이며 극심하게 대립하던 PGA 투어와 LIV는 이제 손을 맞잡고 덩치를 키운 새로운 투어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지됐던 LIV 선수들의 PGA 투어 출전도 다시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3개 기관은 “2023시즌 종료 후 PGA 투어 또는 DP 월드투어 회원 자격 재신청을 희망하는 선수들을 위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더스틴 존슨. AP연합뉴스
세 단체 통합으로 결국 LIV로 옮긴 선수들만 엄청난 이익을 보게됐다. 존슨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두 차례 우승을 포함해 6개 대회에서 상금으로만 1270만달러를 벌어 들였다. 특히 ‘최우수 선수’에 선정돼 PGA 투어 최종전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우승 보너스와 같은 1800만달러를 독차지했다. 이적료로 1억2500만달러까지 더하면 존슨은 LIV로 옮긴 덕분에 무려 1억5570만달러(약 2029억원)를 쓸어 모았다. 이는 존슨이 PGA 투어에서 24승을 쌓으면서 벌어들인 통산 상금 7489만달러의 두배가 넘는다. 지난해 세계랭킹 2위로 이적 당시 랭킹이 가장 높았던 스미스 역시 5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400만달러를 챙겼다. 스미스는 8년간 PGA 투어에서 약 2703만달러를 벌었는데, LIV 이적료로 그보다 4배에 가까운 1억달러를 받았다. PGA 투어 6승, DP 월드투어 11승을 거둔 베테랑 헨리크 스텐손(47·스웨덴)도 ‘남는 장사’를 했다. 미국과 유럽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 유럽팀 단장에 올랐지만 4개월만에 단장직을 내던지고 LIV 시리즈에 합류한 그는 3차 대회에서 우승해 437만5000달러(약 57억원)를 거머쥐었다. LIV로 옮긴 선수들이 손해본 것은 1년간 세계랭킹 포인트를 얻지 못해 랭킹이 다소 떨어진 정도다.

지난해 8개 대회를 치른 LIV 골프는 대회마다 총상금 2500만달러, 우승상금 400만달러가 걸려 있다. 48명이 출전해 3라운드 54홀 경기로 진행하며 컷탈락 없이 꼴찌도 12만달러(약 1억5300만원)를 챙긴다. 또 시즌 최고 성적을 거둔 선수는 보너스 1800만달러를 받으며 시즌 최종전 팀 경기 우승상금은 무려 5000만달러(약 652억원)에 달한다. PGA 투어가 이날 전격 합병에 합의한 것은 이런 엄청난 상금 규모때문에 다양한 당근책을 내놓아도 스타급 선수들의 유출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의리’를 지키던 PGA파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등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에 관여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한 사우디 정부의 자본으로 출범한 LIV 시리즈에 비난이 쏟아지자 PGA 투어를 굳건하게 지켰다. LIV 시리즈와 합병 계약에 사인한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는 RBC 캐나다 오픈이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로 날아가 선수들과 만났지만 제프 오길비(46·호주) 등 일부 선수는 모너핸에게 대놓고 “위선자”라고 항의하며 반발했다. 다른 선수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배신감’을 토로했다. 콜린 모리카와(25)는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고 당혹스러워했다. 저스틴 토머스(30·이상 미국)는 수많은 문자가 온 휴대전화 화면을 올려 선수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렸다. 안병훈(32)은 “양쪽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결정이지만 PGA 투어를 옹호했던 선수들은 패배자가 됐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반면 “LIV 선수들은 더는 우리 선수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던 잭 니클라우스(83·미국)는 “모너핸 커미셔너가 최고의 선수들이 한무대에서 경기하게 됐다고 기뻐하더라. 나도 골프 발전에 유익하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미컬슨은 “멋진 하루!”라는 간단한 글로 기쁨을 표현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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