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처리수 방류 앞두고 ‘후쿠시마산 사케’ 내온 일본의 속내는?[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김선영 기자 2023. 6. 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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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의제만큼 화제를 모았던 건 만찬 식탁에 오른 '후쿠시마(福島) 산 사케'였다.

'먹어서 응원하자'로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농산물 논란은 일본이 오는 여름 후쿠시마 제 1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앞두며 전세계의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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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日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의 역효과 고민해야
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의 미디어센터에서 19일 부흥청 관계자들이 후쿠시마현 등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의 술과 음식을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의제만큼 화제를 모았던 건 만찬 식탁에 오른 ‘후쿠시마(福島) 산 사케’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인 유코 여사가 주재하는 공식 만찬에 메인 주류 중 하나로 선택됐다. 바로 만찬용 술로 제공된 사케 3종 중 하나인 마쓰자키슈조의 ‘히로토가와(廣戶川)’로, 후쿠시마 현지 쌀과 물로만 사케를 만드는 걸로 알려져 있다. G7 정상회의 취재 기자들이 모인 국제미디어센터엔 후쿠시마현 복숭아로 만든 주스, 후쿠시마에서 퍼 올린 천연 탄산수·양갱등이 제공됐다. 우치보리 마사오(內堀雅雄) 후쿠시마현 지사는 G7 정상회의에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공급하는 게 “부흥을 추진하는 후쿠시마현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하기 위한 귀중한 기회”라며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제공 소식을 전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뒤 이어왔던 ‘먹어서 응원하자(食べて應援しよう)’ 캠페인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일본 정부가 세계 유력 정치인·연예인·운동선수 등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후쿠시마 농수산물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정책이다. 해당 캠페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벌어지고 한 달여 뒤부터 시작, 재난 피해 지역의 식품을 적극적으로 먹어서 지역 부흥을 꾀하자는 운동이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장 시찰단 주요활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일본은 앞서 지난 2021년 도쿄(東京)올림픽 당시에도 선수촌 식당에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공급했다가 논란이 된 전례가 있다. 지난 2011년 5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일본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주민들을 위로하겠다는 명목으로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과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를 데리고 후쿠시마로 가서 후쿠시마산 오이와 체리를 먹게 했다. 당시 해당 이슈는 대서특필 되며 ‘일본 자국민도 꺼리는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공식 석상에서 해외 정상들에게 대접하는 게 맞냐’는 논란을 빚은바 있다.

‘먹어서 응원하자’로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농산물 논란은 일본이 오는 여름 후쿠시마 제 1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앞두며 전세계의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에 사용하는 해저터널에 바닷물을 주입하는 작업이 완료됐다. 도쿄전력은 전날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해저터널 안으로 약 6000t의 바닷물을 넣는 작업을 시작해 이날 오전에 끝마쳤다. 오염처리수 방류가 정말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은 지난주 일본을 방문해 포괄적 검증 절차를 완료하고 일본이 오염처리수를 방류하기 전에 이달 중으로 최종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중간 보고서를 통해 오염처리수 검증 결과 ‘문제 없음’이라고 밝힌 만큼 최종 보고서에서도 ‘문제 없음’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진짜 문제는 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이 전 세계에 불러 일으키는 반감들이다. 이 전 대통령이 후쿠시마산 오이·체리를 천천히 먹는 장면은 한국 언론을 비롯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며 논란이 되었고, 이는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올림픽 선수단이 자체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도시락을 제공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후쿠시마산 농산물의 안전성을 홍보하려는 일본 정부의 무리한 캠페인이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불안은 설득이나 홍보로 잠재워지지 않는다. 오염처리수 방류를 코 앞에 놔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인식 개선 관련 역효과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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