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래경 사태’에 “무한 책임”···구체적 책임엔 ‘함구’

김윤나영·신주영 기자 2023. 6. 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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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론 재분출에 ‘임기응변’ 의구심
졸속 선임 비판 두고 “충분히 논의”
송갑석 “최고위원 아무도 몰랐다”
장경태 “슈스케처럼 뽑을 순 없어”
검증 책임 등 둘러싸고 내홍 심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자신이 당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했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9시간만에 사퇴한 것을 두고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 발언과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의 실언 논란으로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질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이 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사퇴에 대한 이 대표 책임론이 나온다’고 질문하자 “당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당대표가 언제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을 졸속으로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이 이사장을 새 혁신위원장으로 발표했다가 9시간 만에 거둬들였다. 이 이사장이 천안함 폭침을 ‘미국 패권 세력이 조작한 자폭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등 각종 음모론을 펴고, 과거 ‘이재명 지키기 운동’을 제안한 이력이 있는 점 등이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9시간여 만에 이 이사장 거취를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 사의 표명 직후 “사임하시겠다고 해서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발언 논란으로도 곤경에 처했다. 권 대변인은 지난 5일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이 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자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공격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권 대변인은 논란이 벌어진 지 사흘째인 이날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다. 이 대표는 ‘권 대변인 관련 조치는 없나’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당내에서 다시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고개를 들자 ‘무한 책임’을 거론하면서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않았다. ‘무한 책임’ 언급이 임기응변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당내서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 2월 국회에서 부결된 직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던 지난 3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고, 이후 이 대표 거취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이번 사태가 검증 없이 졸속으로 진행된 ‘인사 참사’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빗발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이날 이번 인사 참사 논란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을 거론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인사 참사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정부·여당에 반격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만 가고 있다”며 “이 대표는 사과하고 끊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사과는 기본이고 이후 행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 내홍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검증 책임부터 혁신위 성격 등을 두고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 최고위원들이 온도 차를 보였다. 친명계 장경태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당 혁신위원장을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식으로 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저도 그렇고 (최고위원 중) 아무도 이래경이 누군지 몰랐다”며 “이 대표는 보안을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도부가 같이) 생각해볼 여지를 줬다면 결과적으로 이런 인사 참사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워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친명계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앉히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가 사심을 버렸다면 자신에게도 칼날을 겨눌 수 있는 인물을 혁신위원장이든 비대위원장으로든 내세웠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그럼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혀야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 거취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아무리 혁신위를 구성한다고 할지라도 자기 쪽에 기운 사람을 하지 않겠나”라며 “이 대표 스스로 퇴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체제를 강화시키는 혁신위를 구성한다면 이재명 체제가 근본적으로 계속 갈 수 있는지 고민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기·승·전·이재명 책임론, 기·승·전·이재명 사퇴론도 적절한 대안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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