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는 왜 하필 지금 LIV 골프와 손을 잡았나?

이태권 2023. 6. 7. 15: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이태권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골프계 패권 다툼을 하던 LIV골프 시리즈는 물론 DP월드투어와 '골프계 대통합'을 이루는 합병을 밝힌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PGA투어는 6월 6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골프 시리즈, DP월드투어와 PGA투어의 사업적 권리를 공동 소유하는 새로운 합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LIV골프에 맞서 PGA투어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특급 대회를 지정해 톱랭커들의 경쟁을 자주 유도하는 한편 DP월드투어, 코리안투어 등과 협약을 통해 연대를 구축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 패권 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PGA투어는 LIV골프 출범 1년을 맞는 주에 갑자기 '골프계 대통합'을 내세워 LIV골프를 후원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손을 맺어 의문을 야기했다.

이에 대해 미국골프채널은 제이 모나한 PGA 커미셔너가 "계속되는 독점 금지 소송과 특급 대회의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우디 오일머니의 무서움을 체감했다는 것이 크다. LIV골프는 매 대회 2500만 달러의 총상금을 걸고 경기를 치른다. 시즌 최종전에는 여기에 2배 가까운 상금 규모로 대회가 열린다.

이에 맞서 PGA투어도 지난 3월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총상금을 2500만원까지 올리고 올 시즌 13개의 특급 대회를 지정해 총상금 규모 2000만 달러로 개최하는 등 LIV골프에 대응했다. 하지만 모나한 커미셔너는 앞서 "늘어나는 대회 비용과 소송 비용을 충당하기위해 투어의 예비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신규 자본 유입 없이 일단 버티고 있었다는 뜻이다. PGA투어가 LIV골프와의 경쟁을 계속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계속 소요됐을 것이다.

두번째 합병의 이유는 다소 의아하다. 매체에 따르면 모나한은 이번 합병을 두고 "적장을 이사진에서 떼어낼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사우디 국부펀드(PIF)를 이끄는 루이 알 루마얀은 새로운 합의체의 의장을 맡게 된다. 모나한 역시 최고경영자(CEO)로 새로운 합의체에 합류하지만 PGA투어 커미셔너를 겸임한다.

모나한 커미셔너는 이를 두고 "적장을 이사진에서 떼어낸 채 주인이 아닌 파트너로서 있게 하면 PGA투어가 의도하는 대로 통제가 쉬워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PGA투어는 새로운 합의체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의 이사를 선입하는 권한을 얻고 과반수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공식일정을 시작하는 날 두개의 투어가 합병 소식을 전하자 LIV골프 출범 1주년을 이틀 앞두고 미국이 사우디에 선물을 준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인 개입을 제기하기도 했다. PGA투어는 미국 정부로부터 비과세 집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사우디와 냉랭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등이 오르며 미국내 물가 조정을 위해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중국의 중재하에 이란과 사우디가 7년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 할만큼 최근 중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우호적이라 사우디와 관계 개선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사우디 국부 펀드는 LIV골프 출범 1년만에 PGA투어, DP월드투어와 공동 영리법인을 설립하계되면서 골프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PIF는 새로운 공동 영리 법인에 독점 투자할 권리를 가진다. 특히 PIF는 그동안 수장으로 내세웠던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에 이번 합병 소식에 대해 아무런 귀띔도 하지 않는 한편 새로운 영리 법인에도 배제시킬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LIV골프에서 뛰던 선수들 역시 자신들이 원하면 새롭게 공개될 절차를 통해 PGA투어나 DP월드투어로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PGA투어를 믿었던 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안병훈은 자신의 SNS를 통해 "스폰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LIV골프와 자금이 필요한 PGA투어에 윈-윈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 투어를 지킨 선수들만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당혹감을 전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합병을 알았을까, 이게 선수를 위한 협회가 맞냐"며 상실감을 드러낸 선수도 있었다. 미국 골프채널에 따르면 LIV골프로부터 1억 달러 제안을 거절하고 PGA투어에 남은 매킬로이조차 합병 소식에 대해 미리 귀띔을 받지 못했고 PGA투어 선수들은 RBC캐나다 오픈을 앞두고 가진 모나한과의 미팅에서 배신감을 숨기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지난 2년간 LIV골프 출범에 대응해 PGA투어와 뜻을 같이한 9.11 사태 유족들 역시 분개했다. 9.11 유족회장연합의 테리 스트라다 회장은 "모나한 커미셔너는 사우디가 후원하는 LIV골프를 두고 그저 스포츠워싱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수십억의 달러를 챙기는 사우디의 앞잡이가 됐다"며 "실수하지 마라, 오늘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자료사진=야시르 알 루마얀 사우디 PIF회장,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

뉴스엔 이태권 agony@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