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다독이는 미국…블링컨, 빈살만 만나 ‘인권 문제’ 논의

손우성 기자 2023. 6. 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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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경색 불러왔던 인권 문제 의제 올라
미 국무부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논의”
완전한 관계 정상화까진 시간 걸릴 듯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회동 이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 청정에너지 개발,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간 가운데 사우디가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까지 거론됐다.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과 함께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한계론도 제기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두 사람의 회동 이후 “양측은 예멘의 평화와 번영, 안보 달성을 위한 정치적 합의를 포함해 중동과 그 밖의 지역에서의 안정을 진전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요청한 미 국무부 관계자도 “지역 및 양국 간 문제들을 폭넓게 다뤘고,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밤늦게 사우디 제다에 도착해 1시간 40분가량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애초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블링컨 장관의 사우디 방문 목적을 국제유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회복, 사우디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영향력 차단,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등 크게 3가지로 꼽았다. 하지만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양국 관계 경색을 불러왔던 인권 문제를 전격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올렸다.

익명의 관계자는 AFP통신에 “블링컨 장관이 인권 문제를 일반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앞서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된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와 거리를 둬왔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후 사우디는 미국의 반대에도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의 원유 감산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공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지난 3월엔 중국 중재로 앙숙인 이란과의 외교 정상화까지 성사시켰다. 더 나아가 시리아 내전 주범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아랍연맹(AL)에 다시 불러들이며 미국을 자극했다.

중동 최대 우방국인 사우디의 변심에 미국은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했다. 블링컨 장관까지 사우디를 방문해 사우디가 꺼리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자 외신들은 그만큼 양국 관계가 나아졌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외에도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를 포함한 경제 협력을 강조하고, IS 격퇴 작전에서의 사우디 역할에 감사를 표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는 여전히 이란 핵 프로그램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중동 평화와 안전 보장을 위해선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우디 당국이 간절하게 원하는 수단과 예멘 내전 휴전도 결국 미국 도움 없이 이룰 수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완전한 정상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카슈끄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미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아랍걸프국가연구소는 AP통신에 “죽은 카슈끄지가 여전히 미 의회에 떠돌고 있다”며 “상당수 의원은 여전히 사우디에 무기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원하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도 요원하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사우디 방문 전 “미국의 진정한 국가 안보 이익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사이의 정상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한 극우 강경 세력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는 이상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손을 잡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반미 최전선에 서 있는 이란과 사우디의 외교 정상화도 미국으로선 부담이다. 공교롭게도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한 당일 사우디 주재 이란 대사관이 7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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