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문추락 사망' 인천항만공사 전 사장 법정구속 왜?…"사실상 도급인"

박아론 기자 2023. 6. 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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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주도하고 안전조치 의무없는 발주자…법원 "주장 인정 안돼"
전 사장 1년6개월, 현장 소장은 1년…가중처벌, 둘다 법정구속
2020년6월3일 오전 8시18분께 인천시 중구 인천항 갑문 시설물 20m 아래로 A씨(46·남)가 추락했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인천 중부구조대 제공)2020.6.3/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법원이 2020년 7월 '인천항 갑문 40대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를 낸 인천항만공사(IPA)의 지위를 사실상 '도급인'으로 인정해 책임자인 당시 최준욱 사장(56)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 전 IPA 사장은 재판에 넘겨져 안전조치 의무가 있는 도급인의 책임이 없는 '발주자'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고가 발생한 갑문공사는 사실상 IPA가 총괄 관리하는 사업으로 발주자가 아닌 안전조치 이행의무가 있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7일 오전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최준욱 인천항만공사 전 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하청업체 소속 현장 소장 B씨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인천항만공사는 벌금 1억원, 하청업체 2곳은 각각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최 전 사장과 현장소장은 이날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최 전 사장은 공판에서 "도급인이 이나라 발주자여서 안전조치 의무가 없고,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해 법률 위반 고의성도 없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최 전 사장과 함께 기소된 하청업체 2곳과 현장 소장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최 전 사장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의 쟁점은 최 전 사장 측이 주장한대로 IPA의 지위가 안전조치 이행의무가 없는 '발주자'로 받아들여질 것인지, 아니면 검찰이 기소한 '사실상 도급인'으로 인정될 지 여부였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발주자' 와 '도급인'은 구분돼 사용한다. 발주자는 건설공사에서만 사용하는 개념으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자라고 규정돼 있다.

도급인은 발주자를 말하지만 건설공사 외에서도 사용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건설공사에서는 발주자의 경우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이 없어 안전조치 이행의 의무가 없다. 그러나 건설공사 발주자라하더라도 공사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주도해서 총괄관리를 할 경우는 안전조치 이행의 의무가 발생한다.

재판부는 IPA의 △시공상 규범적 지위 △사실상 역할로 나눠 IPA가 '사실상 도급인'으로서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상 그 지위를 명확히 하기 전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을 명시하며 건설공사 도급을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사업주로서 더 책임을 엄격하게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IPA의 시공상 규범적 지위를 보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갑문'은 항만시설로 유지보수의 업무는 항만공사법상 IPA의 기본업무다. 해당 사업장은 IPA가 직접 관리하는 곳으로 매년 8개의 갑문을 2개씩 정기적으로 보수하는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해당 공사는 열악한 하청업체와 달리, 발주자인 IPA가 그 공사의 관리 인력 및 예산에 비춰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있어 '시공을 주도해 총괄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사실상 IPA의 역할을 보더라도 최 전 사장은 취임 후 갑문정기보수공사에 대한 업무보고를 월간, 주간으로 정기적으로 지속 받아왔고, 해당 작업 역시도 업체에게 지속 지시 허가를 내려 진행돼 왔다.

재판부는 27년의 공직생활 동안 항만청 등 관련 부처에서 일해온 최 전 사장이 항만 내 상존하는 안전사고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갑문운영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를 발생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산업현장에서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망사고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 지적을 받아들여 근로자들에게 '일터로 나가는 것이 곧 죽음'이라는 문화를 조장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함을 언급했다.

또한 피해자인 근로자가 46세의 대한민국 남성이자 11살, 12살에 불과한 어린 자녀를 둔 가장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체 사장직을 내려놓고 임시직으로 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던 중 변을 당한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유족과 합의했다 하더라도 11살, 12살의 어린 상속인 대신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피해자의 아내와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 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피해자의 과실도 죽어 마땅한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사망사고를 낸 업체와 발주자이자 사실상 도급인인 IPA, 전 사장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관련법상 최 전 사장의 법정형은 징역 1개월~7년으로 규정돼 있다. 현장소장은 1개월~7년, 하청업체 2곳은 벌금 5만원~10억원, 인천항만공사는 5만원~10억원이다. 최 전 사장과 현장소장의 가중 형량은 징역 1개월~10년6개월이다.

재판부는 각 피고인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 과실치사 중 더 무거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를 택했다. 또 최 전 사장과 현장소장에게 가중요소를 반영해 형을 정했다. 마찬가지로 각 업체와 IPA에게도 가중요소를 반영했다. 가중시 처벌 형량은 벌금 5만원~15억원이다.

오 판사는 최 전 사장에 대해 "수십년간 공무원으로 일해 오면서 성실한 사회인으로 살아왔고 아무런 전과도 없는 점은 유리한 양형사유다"며 "공사는 갑문정기보수공사 현장에서 2016년과 2017년 2건의 추락사망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고 사고 발생 8일전 재해예방 전문지도 기관으로부터 추락사고 발생 위험을 지적 받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IPA는 책임이 없다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위험의 외주화가 산업현장에서 수많은 근로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산업안전관리공단 직원의 증언에 법원도 동의한다"며 "IPA의 행태는 갑질이자, 유족의 처벌불원의사도 그러한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진정한 유족인 지 의문이 드는 점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또 "IPA에게는 검사가 2000만원을 구형했지만, 행위의 불법이나 결과불법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과경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전 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또 IPA에게는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다. 또 현장소장에게는 징역 1년, 업체 2곳에는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최 전 사장은 2020년 6월3일 오전 8시18분께 인천시 중구 인천항 갑문에서 주의의무 소홀로 근로자 A씨(당시 46·남)가 18m 시설물 아래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일 오전 8시52분께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당시 갑문 수리공사를 하던 중 변을 당했다.

검찰은 공사 발주처이자 원도급사인 인천항만공사와 A씨 소속 하청업체 등 2곳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또 안전관리 책임자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사실상 항만공사가 발주처가 아닌 도급사로 보고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aron031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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