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북 영사관 가족 2명 실종”…해외로 탈출했나

러 당국, 40대 아내·15세 아들 행방 추적 중

블라디보스토크. 위키피디아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 직원 가족 2명이 행방불명돼 현지 수사 당국이 소재 파악에 나섰다고 6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보도했다. 해외 탈출을 시도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주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60대 직원의 부인(43)과 아들(15)이 지난 4일 네브스카야 거리에 있는 총영사관에서 택시를 타고 떠난 뒤 연락이 두절됐다.

RFA는 실종된 아내와 아들의 이름이 각기 김금순과 박권주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현지 수사당국은 현재 이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실종 당시 아내 김씨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 아들 박씨는 회색 바지에 검은색 스포츠용 재킷을 각각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인이 운전한 택시를 타고 루스카야 거리에 있는 극장 주변에서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지 수사 당국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 같은 택시 운전기사의 증언을 확인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러시아 독립매체 ‘바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인용해 이들이 개인용품을 담은 상자를 갖고 다른 택시로 갈아탄 뒤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하바롭스크 방면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총영사관 직원 박모씨는 아내와 아들이 실종된 직후 현지 경찰에 신고했으며, 실종된 가족들과 휴대전화로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실종자 찾기 단체 ‘프림포이스크’가 운영하는 SNS 계정에 “6월4일 그들(실종자들)은 블라디보스토크 네브스카야에 있는 북한 총영사관을 떠났고, 지금까지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코메르산트는 프림포이스크 측에 실종자들에 대한 질의를 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연해주 당국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RFA는 “북한 총영사관 측은 이들 외교관 가족이 실종됐다고 러시아 당국에 신고했지만, 북한 국경이 개방되기 전 탈북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은 “북한 총영사관 직원 가족이 중국으로 출국하거나 최종적으로는 한국 망명을 목표로 삼았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