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기오염 ‘덕분’에 지구가 덜 뜨겁다는데, 사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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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6년에 400ppm을 돌파하고 지난해엔 417ppm을 넘었어요. 산업화 이전(280ppm)에 비해 2배가량 짙어진 것이죠. 1850년 이후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2조4000억톤 가량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그 가운데 절반 가까운 42%는 인류가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통해 1990년부터 2019년 사이 약 30년 동안 집중적으로 배출한 것이죠.
지금 전세계를 기후위기 속으로 몰아 넣고 있는 지구 온난화가 바로 그 결과입니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가스가 일으킨 온실효과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 3월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 표면 온도는 1850~1900년보다 1.09℃ 높아진 상태예요.
그런데 아이피시시가 보고서에서 제시한 ‘온난화 기여도’ 평가 결과를 보면, 온실가스의 온난화 기여도가 1.09℃가 아니라 약 1.5℃로 나와 있어요.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 효과가 그대로 반영됐다면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가 있을 것이란 얘기죠. 실제 이렇게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맞아요. 아마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후 재난에 시달리고 있겠지요.
그러면 지구 온도는 왜 1.5℃까지 오르지 않고 1.09℃ 상승에서 멈춘 걸까요?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 같은 대기오염 물질 때문입니다. 온도가 덜 오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니 대기오염 ‘덕분’이라고 해야할까요?
아이피시시가 6차 보고서에서 밝힌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의 1850~1900년 대비 2010~2019년 온난화 기여도는 ‘-0.6℃’도 가 넘습니다. 온난화가 아니라 0.6℃가 넘는 ‘냉각화’를 일으켰다는 얘기죠. 이 냉각화 규모는 엄청난 수준이에요.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온난화 효과가 큰 메탄의 온난화 효과(약 0.5℃)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니까요.
이산화황은 각종 보일러나 선박 등에서 황 함량이 높은 석탄이나 석유를 연료로 쓸 때 많이 발생하고, 질소산화물은 자동차와 항공기 등에서 많이 배출되고 있어요. 이 두 물질은 대기 중에서 주로 수증기 등과 결합해 작은 입자(에어로솔) 형태로 존재해요. 그러면서 지표면으로 내리쬐는 태양복사 에너지를 직접 막아내기도 하고, 구름의 씨앗인 ‘응결핵’이 돼서 구름을 만들어 차단하기도 한 것이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지구 대기에서 지금 당장 이 두 오염물질이 싹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공기는 맑아져 좋겠지만 지구 온난화는 급가속페달을 밟게 될 것이 분명해요.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대기오염을 줄이는 노력을 늦춰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기오염은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으로 전세계에서 매년 700만명의 조기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인류 건강의 최대 위협 가운데 하나거든요.
많은 대기오염 물질들은 온실가스와 마찬가지로 주로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만들어져요. 그래서 화석연료를 햇빛이나 바람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대기오염도 개선하는 일이 되지요. 하지만 아이피시시의 온난화 기여도 평가 결과는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대기오염이 개선되면서 갈수록 냉각화 효과가 줄어드는 문제가 끼어들기 때문에 더욱 정교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란 얘기죠.
최근 제임스 핸슨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일부 과학자들은 2015년부터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 황 함량 규제와 지구의 태양에너지 흡수량 증가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어요. 핸슨 교수는 1988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온난화를 처음 경고하기도 했던 저명한 과학자지요. 핸슨 교수 등이 분석해 보니 2015년 1월부터 2022년12월 사이 태양에너지 흡수량이 2000~2010년 평균에 비해 평방미터당 1.05W(와트) 증가했다고 해요. 그렇게 된 주요 원인이 해사기구의 규제 조처로 바다 상층 공기가 맑아지면서 지구의 태양에너지 반사율(알비도)이 낮아진 것에 있다고 보는 것이죠. 해사기구는 2015년부터 북미해안 근처와 북해, 발틱해 등을 항해하는 선박의 황 함량을 0.1% 이하로 제한하고, 2020년부터는 전 세계 선박용 연료의 황 함량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했어요.
이 과학자들의 분석이 맞다면 해사기구의 선박연료 규제 조처는 바다의 대기질을 개선하기도 했지만, 전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킨 셈이 되지요. 어떤가요? 충분히 토론해 볼만한 주제가 될 것 같지 않나요?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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