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응원의 전설 박용식씨 “내 인생의 응원단장은 아내”[인터뷰]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특유의 조직력으로 이탈리아도 누르고 결승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이 응원해야죠.”
U20 월드컵축구(20세 이하 월드컵) 4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의 이탈리아전(9일)을 앞두고 한국 응원의 전설로 불리는 박용식씨(60)를 지난 6일 대전 서구에 있는 그의 사업장(식당)에서 만났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부터 응원을 시작했으니 벌써 30년이 됐네요. 그동안 해외 원정 응원을 위해 쓴 돈이 5억원 가까이 됩니다. 단 한 푼도 협찬을 받은 적 없이 오로지 사비로 응원을 다녔습니다. 남들은 ‘미친놈’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응원이 저에게 맡겨진 숙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현재 ‘아리랑응원단’의 단장이다. 미국 월드컵 이후 가수 김흥국씨와 그가 힘을 모아 창단한 이 응원단은 국가대표 축구 경기 때마다 원정 응원을 펼친다. 그 때마다 박씨는 얼굴을 태극무늬로 장식하고 응원에 나선다. 박씨는 “아리랑 응원단은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원정응원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드컵과 올림픽 축구 경기는 거의 빠짐없이 현장에 가서 응원해왔다.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 결승전 때도 ‘직관’했다. 당시 한국 팀은 이강인이라는 스타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준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그런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박씨는 이번 경기에 대해 “세트 플레이 등 김은중 감독 특유의 조직력으로 강팀을 차례로 물리치고 있다”고 분석한 뒤 “최대 복병인 이탈리아만 누르면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응원은 ‘나라사랑’과 ‘이웃사랑’의 마음에서 나온 행위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어렵게 살아온 그는 “돈을 벌면 나라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는 삶, 남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겠다고 늘 다짐해 왔다”고 말했다. 해외 경기장에 나가 한국인과 현지 동포들과 모여 뜨겁게 응원하는 행위는 그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응원에 미친 그의 가장 큰 자랑은 축구계의 폭넓은 인맥이다. 손흥민 선수 부자, 박지성 선수 부자를 비롯해 웬만한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그들의 가족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그가 2020년 <응원에는 은퇴가 없다>는 제목의 책을 낼 때 박항서·허정무·박종환 전 감독, 구자철·이청용 선수 등이 ‘추천사’를 써줬을 정도다.
김은중 감독과도 인연이 깊다. 김 감독이 1997~2003년, 2014~2015년 대전시티즌에서 선수로 뛸 당시 가장 뜨겁게 응원한 이도 박씨였다. 대전(신탄진)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는 그는 “지역 축구팀이 강해져야 국가대표팀도 강해진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도 대전시티즌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가 응원을 펼친다. 이번 U20 월드컵의 경우 개인적인 사정으로 원정응원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남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다. 어린 시절 생활비를 보태주며 후원해온 한 사람은 현재 모 법원에서 부장판사로 일을 하고 있다.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 음식을 제공하는 일도 매월 거르지 않는다. 이런 선행이 알려지면서 그는 지난 2월16일 국민추천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을 응원하는 그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내 오수진씨(58)다.
“응원으로 돈을 다 까먹어 운영하던 식당의 문을 닫는 등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내는 묵묵하게 제 인생을 응원해 왔습니다. 저 인생의 영원한 응원단장은 바로 아내입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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