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계를 응시하는 그만의 방식”…이영주 시인의 시집 두 권
우리는 사람과의 끊임없는 교류 속에 관계를 만든다.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시인의 시집 두 권이 인간을 바라보는 일에 관한 생각의 단초를 제공해 준다.
시인의 눈에 비친 세계는 희망이 없고, 인간을 향한 애정을 잃어버린 자는 씁쓸함을 움켜쥔다. 그렇기에 그는 오늘도 불편한 진실과 쓰라린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려고 한다. 그럴 때 진정한 치유와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한 이영주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좋은 말만 하기 운동 본부’가 지난달 25일 발간됐다. 25편의 시와 한 편의 에세이. 인간 중심 사고에 의문을 표하면서 눈앞의 현실 무대를 환상과 연결해 모순과 폭력을 소환하는 시들이 실렸다. 에세이는 인간의 관점에서 ‘반려’라는 개념을 생각한 내용을 담았다.
그의 눈은 주변의 일상이나 특별한 추억들에 머물러 있지만, 그의 언어는 우리들의 현실에서만 유효한 게 아니다. 저자의 세계에서 화려한 수사나 음성상징어는 허용될 수 없다. 그의 시는 장식되지 않은 언어의 존재감을 내비친다.
그가 묘사해낸 세계는 읽는 이의 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다가도 현실의 법칙이나 인과 관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시 속의 화자는 음식점에서 닭갈비를 먹다가도 얼음 위를 건너가고 동굴 속에서 고뇌에 빠진다. 그곳에는 천사도 있고 유령도 떠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뒤틀린 동시대 현실의 문제들이나 소모되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가늠해볼 기회를 얻는다.
시인은 계속해서 꿈틀대는 감정을 간신히 눌러담은 긴장감을 행간에 녹여내고 있다. 그는 함축된 시어에 기대지 않는다. 오로지 평서문이 자아내는 리듬에 의지한다. 어쩌면 그가 감정을 응축했기 때문에 그것들이 만드는 이미지의 폭발력이 더 커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시인의 생각을 조금 더 들여다보려면 지난해 11월 출간됐던 여섯 번째 시집 ‘그 여자 이름이 나하고 같아’를 살펴보면 좋다.
이 시인은 뼈나 심장과 피처럼 육체와 결부된 감각을 계속해서 끌어온다.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에 대한 다채로운 관점을 육체 이미지의 나열과 함께 풀어내면서 우회하지 않는 표현의 진정성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들어가는 입구에 눈길을 사로잡는 시인의 한마디가 있다. “상처는 우리의 자연. 고통에 여백을 주자”
그리고 시집이 닫히는 곳에서도 시인은 진심을 털어놓았다. “나는 반어와 역설의 인간. 늘 웃고 있거나 화내고 있다. 웃음과 분노. 반어와 역설의 지평에서 열린다. 같은 것일까. 나는 잘 웃고 화를 잘 낸다. 하지만 시원하고 행복하게 웃어본 적이 없고, 모든 것을 바쳐 화를 내본 적이 없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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