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경사노위 탈퇴 결의…사회적 대화 전면중단

김지환 기자 2023. 6. 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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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중앙집행위원회 열어 결정
탈퇴 시기·방법은 집행부 위임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도 결의
한국노총 “이정식 장관 사퇴해야”
7일 오후 전남 광양시 중동 한국노총 전남 광양지역지부 회의실에서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류기섭 사무총장이 긴급 중앙집행위원회 시작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이 7일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를 결의했다. ‘노동개혁’이 힘을 받으려면 노사정 합의가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노동계 설득 대신 압박으로 일관하면서 되레 판을 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이날 한국노총 광양지역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사회적 대화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노총 임원,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이 모인 중집은 경사노위 탈퇴 시기·방법은 김동명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또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도 결의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중집 뒤 기자들과 만나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노동계에 대한 강력한 탄압에 맞서 전 조직적으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중집 뒤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퇴도 요구했다. 그는 “이정식 장관은 사과하고 사퇴하라. 만약에 사과하고 사퇴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자랑스럽다고 떠들던 한국노총 출신 족보에서 파버리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선언은 7년 5개월 만이다.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월 고용노동부가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양대지침 정부안을 일방적으로 공개하자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롭게 출범한 경사노위에 복귀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계속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경찰이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연행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김 처장은 지난달 29일 포스코 하청업체 노조의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틀 만인 지난달 31일 농성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김 처장이 경찰봉에 맞아 피를 흘리며 연행된 뒤 구속됐다. 한국노총은 경찰 진압에 항의하며 지난 1일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를 취소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한국노총 도움이 필요한 정부와 국민의힘은 최근 노동개혁특위에서 ‘한국노총을 끌어안자’는 의견을 나눴고,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를 통해 물꼬를 트려고 했다. 하지만 이른바 ‘5·31 광양사태’로 상황이 급변했고,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탈퇴 결의는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노사를 배제한 채 전문가 중심으로 ‘노동개혁’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노동계와 충분히 대화하지 않고 추진한 근로시간 개편 방안은 ‘주 69시간’ 논란에 휩싸이며 좌초될 상황이다. 향후 파견 규제 완화를 포함한 세부안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경우 노동계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는 회계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노총을 노동단체 지원사업 대상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노총 내부에선 ‘정부가 돈줄을 쥐고 장난을 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탈퇴를 결의하면서 노·정관계는 완전히 얼어 붙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양대지침을 추진하면서 노사정 합의가 파기된 이후 노·정 간 긴장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일 건설노동자 양회동씨가 ‘건폭몰이’에 항의하며 분신 뒤 하루 만에 숨지자 윤석열 정부 퇴진 기조를 공식화했다.

한국노총은 8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 계획을 발표한다.

노동부는 입장문을 내고 “한국노총이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집행을 이유로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중단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사회적 대화는 경제주체의 주요 책무로서 정쟁의 대상이나 특권일 수 없는 만큼 한국노총은 우리 경제와 미래 세대를 위해 경사노위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책임 있는 자세”라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7일 입장문을 내고 “한국노총 입장을 존중하지만, 산적한 노동개혁 과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다시 나서주기를 희망한다”며 “위원회는 이른 시일 내 노사정 대화가 새롭게 시작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최근 우리 국민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노사정간 충분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중단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조속히 복귀하여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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